위기론에도 입 다문 '조선·해운사'

더벨 황철 기자 | 2009.04.21 10:01

[thebell note]IR 요구에 '묵묵부답'…"치부 드러내기 싫다"

이 기사는 04월20일(08:4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조선·해운업계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일찌감치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건설업과 함께 이들의 이름을 올렸다.

1차 워크아웃 대상은 녹봉·진세·C& 등 중소형 조선사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사 몇 곳이 추가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 중 해운업계에 대한 첫 번째 옥석가리기 작업 역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IR 개최, 긁어 부스럼일 뿐?

크레딧 시장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분주해졌다. 조선·해운업종 자체의 신용 이슈 탓만은 아니다. 조선·해운사들이 크레딧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밀 진단이 급선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해운사들은 수년간 최고의 호황기를 누린 '현금 마를 날' 없던 기업들이다. 워낙 오랜 기간 채권·CP 발행이 없다보니 축적된 신용정보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다.

신용평가사들이 앞 다퉈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들의 채권 발행 러시에 즈음해서다. 몇몇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 역시 보고서를 통해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이슈리포트', '스페셜 코멘트' 등을 통해 업데이트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채권 투자자들의 궁금증에 가장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주인공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용정보 제공자들은 분주한데 당사자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언뜻 보면 신용 이슈에 노출된 기업이라고 보기 힘든 태연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올 들어 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조선·해운사에 기업설명회(IR)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IR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CP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괜한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더구나 수년간 수주 급증 효과가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장부상으로나마 괜찮은 실적을 올린 터다. 굳이 불확실한 현재·미래상을 내보여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

조선·해운사 중 크레딧 IR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뿐이다. SK해운이자산운용사 관계자 몇 명을 모아 소규모 설명회를 열었지만,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조차 배제된 비밀 간담회 수준이었다.

A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조선·해운업의 경우 수출입, 외환·파생계약 등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들의 신용이슈는 경제계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금조달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시장의 요구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달 양호? 회사채 시장 과열일 뿐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현 조달 상황에 대해 발행 당사자들과는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조선·해운사 채권 수급에 상당 부분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위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시장이 워낙 활황인 데다 주관·인수사끼리 경쟁까지 붙어 이들 크레딧물의 수급이 양호해 진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에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곁들여져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이 안정되면 이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속성은 변동성이다. 특히 지금처럼 신용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기다림은 길지 않을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태연함을 보이기에는 시장의 경고음이 갈수록 크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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