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다시 감산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4.21 14:13
- 값싼 중동산 물량 빠르면 5월 상륙
- 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입도 다시 둔화
-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장기지속 전망도

지난해말 감산 이후 최근 가동률 100%를 가까스로 회복한 석유화학업계가 또다시 감산 위협에 직면했다.

석유화학업계의 가동률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중국 수출 감소로 한때 70%까지 떨어진 뒤 올초 중국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지난달 100%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달 들어 중국의 재고 확보가 일단락되면서 석유화학 제품수요가 다시 둔화되는 가운데 빠르면 다음달부터 값싼 중동산 물량까지 동북아지역에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

2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업체 페트로라비그(Petro-Rabigh)는 올초 대규모 에탄분해 공장을 새로 완공한 뒤 지난 10일 시험 가동을 마치고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연간 130만톤의 에틸렌을 뽑아내 이를 토대로 연 65만톤의 폴리에틸렌(PE)과 60만톤의 에틸렌글리콜(EG)을 만들어낸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빠르면 다음달부터 페트로라비그의 값싼 중동산 PE와 EG가 동북아 역내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경우 여천NCC, 한화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국내 동종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 유럽의 석유화학업체들이 가동률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 석유화학업체들이 1분기 정기 보수를 마치고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가동률을 끌어올릴 경우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 역시 공급량 증가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요 측면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달 초부터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재차 둔화되고 있다. 중국 수요업체들이 지난 1∼3월 수입을 늘리면서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석유화학업체들의 감산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응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라비그 공장은 6월부터 실질적인 양산에 들어설 것"이라며 "이 물량이 넘어오는 7월부터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여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시설 업체인 여천NCC의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가동률 100%를 유지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중국의 수입이 둔화되는 가운데 중동산 저가 물량까지 넘어올 경우 불가피하게 감산에 들어가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업계의 장기적인 이익사이클은 2007년에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내림세로 돌아섰다"며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과잉 심화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은 2012년까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