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300원 밑으로 떨어지기 힘든 이유

김태규 새빛인베스트먼트 상임고문 | 2009.04.17 17:40
미국이 망가지는 신호가 보이면 원/달러는 더 오른다. 다시 말해 미국 다우존스가 하락하면 달러는 더 오르고 반대상황도 마찬가지. 참 기이한 일이다.

증시 지수가 상승하면 그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는 뜻이고 그러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도 상승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달러는 웃기고 있다. 상식적으로 모순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근 원/달러가 많이 내렸다. 다우존스 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살아나면 우리의 수출이 회복되어 국내로 달러 공급이 많아져서 시세가 내릴 것이고, 반대로 미국이 어려우면 수출이 줄고 그 결과 달러공급도 줄고 그래서 달러는 오른다.

사고를 친 나라는 미국이지만 전 세계가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에 사고를 낸 형님더러 야단칠 수도 없다. 최근 중국이 미국에게 다소 엉겨 붙고 있지만 그 또한 속내 편하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보유한 미 국채를 헐값에 처분하게 될 것 같아 일종의 흥정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사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의 추가 공급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수출은 그런 대로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사들이 선박수주 체결로 받기로 되어있는 납품액, 그러니까 장차 들어올 달러는 선물환 매도를 통해 국내로 이미 다 공급되어 버린 상태라 숫자상으로는 분기별 무역흑자가 발생해도 사실상 유입될 달러는 없는 상태.

그래서 죽으나 사나 마이너스 통장격인 통화 스왑 체결로 버티고는 있지만 문제는 또 있다. 선박 발주사들이 선수금을 포기하고 아예 계약을 실효시킬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저 북구의 바이킹들이 놀던 안개 자욱한 바다 이름을 딴 ‘발틱 운임 지수’만을 죽어라 쳐다보고 있는 우리의 입장이다.

발틱 운임 지수가 큰 폭으로 살아나지 않으면 선주들이 기존에 발주해놓은 선박을 취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혀를 찰 노릇이다, 난데없이 무슨 ‘발트해’냐고 말이다. 저 옛날 로일 전쟁 당시 발트 해를 빠져나온 막강 러시아 함대가 대마도 앞 바다에 와서 일본 해군에 의해 작살이 난 이래 발트 해는 역사의 관심거리로부터 멀리 뒤쳐져 있는 줄 알았더니만 또 다시 북구 바다의 음울한 안개보자기를 쓰고 어느새 우리의 턱밑에 와 웅크린 느낌이다.

원/달러의 움직임은 사실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다. 여기 저기 연구소들은 금년 중 달러가 급락한 후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들 하지만 첫째, 금년 8-9월을 일단 넘긴 다음에야 그런 전망을 강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조선사들의 선박 납기는 평균해서 바로 그 무렵인 것이다. 그러니 일단 달러 안정세를 점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그러면 달러 움직임을 한 번 보자. 원/달러 시세는 지난 2월 27일에 와서 작년 11월 21일의 장중 고가인 1525 원을 뚫었다. 이 당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랬을까?

이유는 역시 간단하다. 다우존스 지수가 바로 이 날 2월 27일, 2002 년 10월 10일에 있었던 장중 저가인 7197.49 포인트를 깨면서 신저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다우존스가 새로운 바닥을 찾아간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러자 달러 가격도 신고가를 기록했던 것이다.

달러는 며칠 고공행진을 하다가 다시 다우존스가 3월 10일 급반전을 보이자 즉각 하락으로 전환되었다.

그 이후 다우존스는 계속 반등을 보이고 달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달러 동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먼저 얘기할 것은 원/달러가 1300 원 밑으로 내려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즉, 다우존스가 금년 1월초 9000 포인트일 때 달러는 1300 원이었기에 달러가 1300 원 이하로 안정되려면 다우존스가 9000 포인트를 상회해야 한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런데 다우존스는 일단 오마바 취임 때의 주가인 8281.22 포인트마저도 넘어서기 힘겨워 보인다.

그리고 전제조건이 있으니 오마바 13 주차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4월 17일 금요일, 그러니까 오늘 밤 그 숫자를 보여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가 연말까지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고 하겠다.

오히려 앞서 말한 8월을 기점으로 달러가 다시 1500 원대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새로운 고가를 찾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형 개방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외환동향이다.

2004 년 8월을 기점으로 종합지수 720에서 2000 포인트 너머까지 상승시킨 원인도 달러 약세가 주된 원인이었고, 작년의 대하락도 미국 경제 위기로 촉발된 달러 강세가 주된 원인이다.

원/달러 시세 동향을 점검하는 것은 그것으로 투기에 나서 재미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 경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요즘 환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 수십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환 게임은 흐름을 맞힌다 해도 불과 2-3 일간의 반대 움직임만으로도 깡통나기 십상, 결코 ‘네버’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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