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담긴 CEO들의 열정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9.04.21 16:36

[머니위크]

"와인 동호회와 모임을 네 곳에 나가고 있어요. 모임마다 보통 한달에 한번씩 만남을 가지니까 거의 매주 와인을 음미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셈이죠."

하태경 티아라주얼리 대표에게 와인은 생활의 중심이다. 어떤 식사자리에도 와인이 빠질 수 없어서다. 모임 등을 통해 와인을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일상이 됐다.

CEO들에게 와인은 이미 비즈니스 이상의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요한 자리에서 좋은 와인을 추천하는 것도 하나의 에티켓이 됐다.

와인을 공부하는 CEO들의 열기 또한 매우 뜨겁다. 소믈리에의 추천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마시겠다는 의지다.

2004년부터 국내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와인강의를 해 온 김정미 와이니즈 대표는 "해가 갈수록 CEO들의 와인지식이 놀라울 만큼 전문화하고 있다"며 "와인 자체에 대한 호기심 충족에 그치지 않고 와인에 담긴 스토리나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CEO들, 와인 공부 삼매경에 빠지다

4월16일 와이니즈가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13기 와인문화 리더스 심화과정'에는 아카데미 총동문회 회장 및 고문을 포함한 약 30여명의 리더들이 참석해 학구열을 불태웠다.

그들의 열기는 나이와 직종, 분야 및 지역을 불문했다.

김동헌 인터콘티넨탈호텔 대표는 "그동안 소믈리에를 불러서 추천을 받아 주문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와인공부를 시작했다"며 "와인을 마시는 자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삼 대한제분 전무는 "수입해온 와인들을 많이 마셨는데 동봉된 설명서들을 꼼꼼히 다 모아놓고 공부하고 있다"며 "와인은 종류가 매우 많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 공부가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리더들은 와인을 마시는 모임을 결성해 수시로 만나 결속력도 다지고 와인에 대한 지식도 나눈다.

실제로 13기 회원 중 절반은 와인문화 리더스 과정을 기존에 이수한 회원들이 또다시 등록한 것이다.

엄경식 밀리션 대표는 8기 아카데미 과정 수강생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엄 대표는 "8기 과정을 함께 수강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10여명씩은 꼭 모이고 있다"며 "좋은 와인바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좋은 와인이 있으면 서로 추전하기도 하며 함께 지식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미 대표는 "와인이 원활한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바가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그간 와이니즈가 주최해 온 CEO 아카데미의 심도있는 와인학습과 활발한 인적 교류가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와인에 대한 CEO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비즈니스 문화도 바뀌고 있다.

박군희 지오인터내셔널 대표는 "그동안 비즈니스를 위해 술자리가 참 많았는데 대부분 폭탄주가 도는 힘든 자리의 연속이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상당수의 미팅자리도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고 (저도) 가능하면 와인을 마시는 쪽으로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꺼운 잔과 얇은 잔의 맛은 다르다

그들이 와인 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마실 때마다 와인은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다. 와인끼리의 차이도 미묘하면서 격차를 보인다.

"차 트렁크에 와인을 넣고 피크닉을 가죠. 도착했을 때 와인은 엄청나게 흔들려 있겠죠. 와인잔을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다면 종이컵에 마셔야겠죠. 그 맛은 와인잔에 마시는 것과 크게 다를 것입니다. 물론 두꺼운 잔에 마시는 것과 얇은 잔에 마시는 것 또한 맛이 다릅니다."

마시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와인이다. 그만큼 와인은 섬세하다.

같은 종류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도 완전히 다른 와인일 수 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과 칠레 아콩카구아 지역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전혀 다른 와인이다.

그래서 CEO들은 매우 전문적인 와인시음 훈련과 실습을 병행하는 와인 공부에 높은 기대와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와인 관련 도구 및 악세서리도 뺄 수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미국 등 와인의 출신 국가별 차이에 기반한 기존의 와인 상식 이상의 지식을 원하고 있다.

김정미 대표는 "에르난 구티에레스 칠레대사관 상무관의 경우 칠레의 프리미엄 카르메네르 와인에 대해 직접 강연할 계획"이라며 "특히 프랑스 보르도에서 특2등급 와인을 생산하는 브란 깡뜨낙의 최고 빈티지 와인들을 비교 시음함으로써 그랑크뤼급 와인에 대한 입맛을 훈련하는 것은 이 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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