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의 몽골ㆍ대한항공 때리기, 왜?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04.22 04:35

[머니위크]항공사 노선 다툼

“몽골 노선, 나눠 먹읍시다!”

요즘 아시아나항공이 라이벌 대한항공에 대고 외치는 소리다. 단독으로 운항하는 몽골 노선을 복수노선으로 바꾸자는 것.

아시아나항공은 4월9일 이례적으로 성명서까지 내고 몽골정부와 대한항공을 맹비난했다. 한-몽골 양국의 단일국적기 허용 협약에 따라 지난 15년간 대한항공과 몽골항공만 운행하고 있는데, 타 노선에 비해 비싼 요금을 책정해 고객들의 불만이 비등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성명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양국의 항공회담에서 몽골정부가 독점 운항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시아나는 “이번 회담 결과는 지난해 10월 한-몽골 총리회담에서 양국간 항공노선의 공급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동발표문과 올 1월 양국 장관급 회담의 합의마저 철저히 무시한 처사로 양국간의 실리 외교 및 협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독식하고 있는 노선을 아시아나와 나누고, 가격 경쟁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은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목소리다.

이런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아시아나는 "양국의 운항횟수가 2003년 이후 합의에 따라 주 6회로 묶여 있어 승객들이 만성적인 좌석부족을 겪고 있고, 항공편 가격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지만 승객들이 어쩔 수 없이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아시아나 측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의 가격은 비수기 50만~60만원대, 성수기 80만~90만원대다. 3시간 정도의 운항 거리인 인천-타이페이 노선이 비수기에 약 36만원, 성수기에 43만원임을 감안하면 인천-울란바토르의 가격은 과하다는 게 아시아나 측의 주장이다.

◆가격 비싸다, 오히려 자승자박

그러나 아시아나 주장에도 빈틈이 많다. 우선 아시아나에서 주장하는 가격 문제가 그렇다. 운임을 거리로 단순비교하기에는 다른 변수가 많다. 등급에 따라 가격이 10가지 이상 생기기도 하고 판매형태에 따라서도 따르다. 예약일자나 출입국 날짜에 따라서도 다르다. 심지어 ‘비행기 항공요금은 항공사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가격을 단순비교 한다고 해도 아시아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각 사 홈페이지를 통해 거리가 비슷한 단독노선을 4월 중순 기준으로 가격을 확인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가격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복 비행시간 6시간30분이 걸리는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의 체류기간 15일 일반 항공권 가격은 60만3000원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단독노선인 인천-구이린(계림)의 15일 일반 항공권의 최저가격은 61만4400원 이었다. 비행시간은 왕복 7시간10분으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보다 40분이 더 길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우리가 공급하는 인천-구이린 왕복노선은 성수기에도 60만원대인 반면,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90만원까지 치솟는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성수기인 7월 말 운임을 확인한 결과 102만원대 좌석도 있었으나 여전히 68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했다. 물론 출국일자가 다가올수록 비싼 운임의 좌석이 많이 남지만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60만원 가량의 운임으로 울란바토르를 왕복할 수 있다.


아시아나 단독 노선인 중국 하얼빈의 한인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남방항공의 가격횡포에 한국 정부에 하소연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이 ‘자승자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얼빈 한인회는 '한국에서 먼저 출발하는 인천-하얼빈 왕복 항공료가 40만원이지만 중국 하얼빈에서 출발하는 요금은 2배가 넘게 책정하고 있다'며 3월 말 국토부에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항공업체가 협상국 비난, 과연 옳나?

아시아나항공의 성명은 국가간 협정에 대해 이해당사자가 내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통상 높은 운임에 대한 지적은 해당 국가의 교포나 무역업자의 입에서 나오는데 비해 이번 경우는 노선을 요구하는 항공사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라’며 협상국을 압박하는 형태다.

사실 몽골은 복수취항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자국 항공사인 몽골항공이 이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는 두대에 불과하다. 자국 항공사 보호를 위해서 운항편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몽골 운항이 주 6회 규정에 묶여 인천-울란바토르 수요는 증가하는데 비해 성수기에는 임시운항에 그치고 있어 안전 문제가 제기돼 왔다.

게다가 창업주부터 시작된 '몽골사랑'이 단독노선의 결실로 이어진 만큼 아시아나의 행동은 무임승차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항공은 몽골에 항공기를 기증하고 조종사와 정비사 교육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에는 황사의 근원지인 몽골사막에 나무심기 행사를 여러 해째 해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아닌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에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상대국을 비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수권 배분받은 아시아나의 정부감싸기?

실제 아시아나의 성명서 내용을 보면 강도 높은 비난이 적지 않다. '시대착오적 주장', '회담 결렬은 양국 합의 철저히 무시한 처사', '외교력 총동원해 몽골 당국이 성실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도록 해야' 등 수위가 보통 높은 것이 아니다.

반면 우리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안정적 교역확대와 승객 편의를 생각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수위를 낮췄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중국 '5자유 운수권'과 관련,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국토부 편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5자유 운수권은 1~9단계로 이뤄지는 자유 운수권의 단계 가운데 중간에 해당하며, 만약 국내 항공기가 중국을 경유할 때 중국 내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오르내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 3월30일 국토부는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자료’를 대한한공으로부터 단독으로 신청받았으나 신청마감시한을 연장해 아시아나항공에 중국 5자유 운수권을 일부 배분했다. 신청일자를 넘겼지만 국토부의 결정에 따라 주3회의 운수권을 챙겨 받았기 때문에 정부 감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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