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과 추경용 국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4.17 07:28
"국민연금이 정부의 추경을 돕기 위한 국채 매입에 나선 건 예상한 결과죠."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국고채 3년물 2조8300억원의 입찰결과에 대한 채권시장의 평가다. 이날 국민연금은 입찰에 5000억원가량 참여해 국고채 낙찰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낮아지는 데 한몫했다.

연초부터 최근 채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고채 발행물량을 누가 받아주느냐였다. 추경용 국채 발행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16조9000억원에 달했다.

채권시장은 추경용 물량을 소화해줄 곳은 한국은행밖에 없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한은에 국채 매입을 요구했다. 한은이 국채 직매입을 하려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야 한다. 이는 가뜩이나 풀린 유동성을 더 키워 거품이나 인플레이션의 화근이 될 수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부담스러웠던 듯 국채 매입에 미온적이었고 채권금리는 들썩였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도 불편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편성한 추경 효과가 금리상승으로 반감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국채 발행이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해왔다.


그 자신감의 배경을 설명하듯 국민연금이 '우군'으로 등장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4일 올해 기금운용 계획을 변경하면서 전체 자산 가운데 국내 채권의 목표 투자비중인 69.3%에서 앞뒤로 10%포인트 여유를 뒀던 것을 13%포인트까지 높였다.

기금 운용 계획을 뜯어고치지 않고 '오차범위'를 늘리는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재정부의 국채 발행을 받아주겠다는 작전(?)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가 추경 발행 물량에 대해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다고 장담해온 것이 국민연금과 사전 조율이나 교감이 있었기 때문임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지난해에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코스피가 급락할 때 '지수 떠받치기식' 매수에 나선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비이락'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 자체가 흠은 아니다. 정부정책 협조가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이 같은 조율이 있었음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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