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같지만 채권은 아냐" 상환전환우선주 봇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4.17 08:45
- 대한전선·평산 등 발행 추진 중
- 전환사채와 비슷하지만, 부채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는 것이 장점
- 부도 위험 떠안고, 수익률 낮은 것이 단점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일정기간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환사채(CB)와 비슷하지만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오히려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최근 약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의향을 묻는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 47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발행 조건으로는 매년 6%대의 배당을 지급하고, 4년 뒤 만기보장 수익률 10%를 보장해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보통주 전환 가격은 3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전선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으로 2만3700원이다.

풍력발전기 부품 제조업체인 평산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추진 중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2월26일 투자심사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바에 따르면 평산의 상환전환우선주는 만기보장 수익률 연 9%에, 매 1년마다 회사가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은 채 발행된다. 보통주 전환가격은 주당 4만5000원으로 현재 주가 3만7950원보다 19% 높다.


플랜트 및 발전기기 전문업체인 성진지오텍은 지난달 25일 산업은행을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연 3%를 배당하고, 3년 뒤 만기 때 연복리 10%로 상환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다. 1년 뒤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전환가격은 주당 4000원이다. 현재 성진지오텍의 주가는 6590원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인 일종의 '하이브리드(혼합) 증권'이다.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되고, 만기에 상환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가 급락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또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에는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CB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발행한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인식되는 CB와 달리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으로 인식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동안 상환전환우선주는 창업투자사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주로 사용돼왔다. 코스닥의 네오피델리티, 에스앤에스텍 등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던 기업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상환전환우선주의 장점 못지 않게 단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 임원은 "상환전환우선주도 채권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기업 부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는 대가로 수익률이 일반 회사채 금리에 비해 낮게 책정된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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