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낙관지표, 짙어지는 침체 그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04.16 15:35

소비개선vs실업급증, 지수상승vs펀드환매… 낙관·비관 대척점

일부 경제지표의 긍정적인 신호 속에 경기 회복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다소 불투명한 낙관론이 있는 반면에 경기침체의 흔적을 뚜렷이 반영하는 지표들도 그 대척점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나 백화점 매출 등이 호전되는데 비해 실업자는 100만명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펀드 환매가 급증하기도 한다. 부자들이 돈을 지갑을 다시 여는 대표적인 징후인 골프장과 스포츠센터 회원권의 시세도 바닥을 쳤다지만 반면 해당 시설들의 부도·폐업으로 인한 민원이나 항의 집회 등도 줄을 잇고 있다.

◇소비 살아나지만 고용은 얼어붙고= 지난 2월 소비재판매액은 한달 전보다 5%나 깜짝 증가해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소비재 판매가 한달 사이 5% 넘게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같은 달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도 각각 전월대비 6.8%와 1.2% 증가했다.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경기선행지수다.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만에 상승하면서 글로벌 불황에서 한국이 중국·대만 등과 함께 가장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낙관론의 골자다.

하지만 내수의 근간을 이루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실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3월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2000명 늘어난 95만2000명에 달했다. 3월에는 통상적으로 졸업생들의 취업과 진학 등으로 실업자수가 줄어야하지만 오히려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계절 요인을 상쇄시켜버린 것. 고용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고 경기회복이 지체될 우려도 커진다.

경기 회복을 위한 선제 조치(금리 인하, 유동성 확대)로 돈이 풀리는 데도 불구하고 연체가 급증하는 것도 부정적인 신호다. 주요 시중 은행의 지난해말 무수익여신(NPL) 잔액은 전년말보다 78.5% 급증했다. 무수익 여신 증가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해 풀린 돈만큼 대출 희망자에게 필요 자금이 흘러들지 못하게 하는 빌미로 작용한다.


◇증시 오르면서 자금 이탈도 극심= 경기 바닥론의 주요 근거를 이루는 증시의 활황도 양면성을 갖고 있다. 3월 초 1000선을 위협받던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는 16일까지 31% 이상 상승했다. 외인이 주도한 장세에서 증시의 기반인 펀드는 속절없이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3월 이후 지난 14일까지 주식형 펀드(ETF(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는 240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특히 4월 들어서만 2630억원의 순감이다.

지난해 자산시장의 된서리를 예고했던 골프장 회원권 시세도 회복되고 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회원권 가격은 작년 말보다 평균 29% 상승했다. 스포츠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재정이 튼튼하지 못 한 레저시설은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골프장이나 스포츠센터의 부도나 소유권 이전 등으로 회원들의 불만도 커져가는 것.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스포츠센터 부도와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건수는 285건으로 2007년 168건과 2006년 136건에 비해 급증했고 최근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친 비관론과 거리를 두지만 낙관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앤 크루거 전 IMF 수석부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봄의 신호는 있지만 아직은 봄 서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만 부정적인 충격이 나와도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몇 가지 부분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혼조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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