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해외채권 발행 "우리는 어떻게"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4.16 16:23

외화 절실한 기관은 조달난 우려

최근 은행권의 외화조달에 순풍이 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정작 외화가 절실한 곳에 조달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공모시장을 통해 발생한 대규모 외화조달은 47억달러에 달한다. 포스코가 7억달러, 하나은행이 정부지급보증으로 10억달러를 각각 조달한 데 이어 정부가 3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했다.

문제는 대규모 외화표시채권 발행이 자칫 한국물 채권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어있는 외화 곳간은 채워야 하지만 고금리 때문에 시기를 타진하던 일부 시중은행은 다른 기관의 외화조달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10억달러 규모로 얘기되던 정부 외평채 발행을 놓고도 30억달러나 조달할 필요가 있었냐는 시장의 의견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에게도 그때 가격이 민간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본보기(example)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국 투자자들이 한국물에 투자할 수 있는 물량에 한도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초 투자자들은 기간별 또는 국가별로 투자한도를 설정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짠다. 물론 투자범위가 넓어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곳에서 많은 자금을 끌어가면 나머지는 좋은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공모채를 발행할 엄두를 못내는 은행들이 주로 의존하는 수단은 사모채 발행.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데 공모로 조달해서 몇년간이나 고금리를 부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은 올 상반기 안에 공모시장에 나가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미스매칭 우려도 나온다. 시장변동 리스크가 있어 '단타'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굴리면 상환에 부담이 올 수 있다.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더 그렇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짧은 시간 안에 회복된다면 단기로 조달을 하다 만기매치를 할 수 있겠지만 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진다면 다시 만기를 연장(롤오버)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고금리도 이제 막차"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덕분에 하나은행의 정부보증채(지난 2일)와 기업은행 외채(17일 발행 완료)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하나은행은 계획한 규모의 배인 10억달러를 발행했고 기업은행 역시 최대 10억달러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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