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이명박 정부의 독주 차단. "수도권 선거운동을 지원해 달라"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요청을 수락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근신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평당원 신분으로 백의종군하기로 했다.
겉모양은 이렇다. 하지만 손 전 대표의 복귀는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불러낸 사람은 2007년 대선 당시 경선 라이벌이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전 장관이 민주당과 등진 채 전주 덕진에 무소속 출마하면서 당 지도부는 수도권 승리가 더 절박해졌다. 텃밭인 전주를 정 전 장관에게 뺏기고 인천 부평을까지 놓치면 0석을 기록할 수도 있다.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손길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다.
손학규 반전 카드가 예상 밖으로 선전해 전주 선거에도 영향을 준다면 금상첨화다. 이럴 경우 지금의 먹구름은 단번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향후 한나라당과의 입법 정국에서도 주도권을 잡게 된다.
손 전 대표 입장에서도 '계산'이 맞아떨어진다. 정 전 장관의 초반 질주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 정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이를 계기로 당내에서 권력 재편이 시작될 땐 이미 늦는다. 당내 범정동영계가 현역 의원만 20명에 달하는 데 비해 손 전 대표는 이렇다 할 세력이 없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은 "정 전 장관이 탈당할 때까지만 해도 손 전 대표가 나설 결심을 내리지 못했지만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는 등 당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은 아쉽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집어삼킨 '정동영 이슈'는 호재 중 호재였다. 그런데 손 전 대표가 소방수로 나섰다.
내심 어부지리를 기대했던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손학규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춰지지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왼쪽 사진)는 이번 선거에서 친박(친 박근혜) 후보를 응원하지도,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겉으론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 같지만 무게는 친박 후보 쪽에 실린다. 지난 1일 발언이 그렇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친박계를 내세워 경주 재·보선에 무소속 출마한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논란과 관련,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의미라고 선을 그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하루 앞서 지난달 30일 대구 행사장에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친이(친 이명박)계 정종복 후보와의 악수 장면을 사진 찍지 말라고 한 것을 두고도 구설수가 무성했다.
경주 상황은 그야말로 혼전 양상이다. 한 당직자는 "오는 29일 마지막 한 장까지 표를 까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정수성 33.3%-정종복 33.1%(리얼미터·4월15일)로 초박빙이다.
최근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정종복 후보 낙선 운동과 정수성 후보 당선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방치할 수도 없지만 섣불리 공격하다 역풍을 맞을까 봐 발만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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