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 '구조조정' 구원투수될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 2009.04.16 06:55

'기업재무안정 PEF' 빠르면 올 하반기 도입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시장형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바뀌는 만큼 은행권뿐 아니라 자본시장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기투자'에 따른 '먹튀 논란'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규제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나왔나=현재 이뤄지는 기업 구조조정의 주체는 정부와 채권은행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주면서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채권단은 건설·조선사에 이어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는 물론 45개 대기업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은 부실이 현재화되기 전에 시행하는 사전적 조치 성격이 강하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보증에 의한 은행 여신을 확대해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채권단은 은행별 이해가 얽혀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에 여신 및 구조조정 전문인력을 파견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 직접 개입해 칼을 휘두를 경우 사후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주로 사후적으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면 자본시장, 즉 시장친화적인 펀드(PEF)를 활용하면 이같은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민간자본을 활용할 수 있어 정부 부담도 덜고, 자본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빈기범 자본시장실장은 "PEF는 투자대상 기업의 펀더멘털을 개선하고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기업구조조정 시장의 가장 중요하고 적합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바뀌나=자본시장통합법상 PEF는 경영권 참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경영에 지배력 행사가 가능토록 투자를 해야 한다.

또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사실상 투자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자금부담이 클 뿐 아니라 피인수기업이 경영권을 내놓는데도 부정적이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잔여자산이 있는 경우 투자대상 기업의 부실채권에 투자가 가능하지만 경영권 참여 없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빠진 기업의 부실채권과 고정화된 자산을 매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재무안정 PEF'가 도입되면 경영권 참여 없이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 기업과 관련된 부실채권(NPL)·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주식 취득 없이도 NPL,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만 매입이 가능해 기업은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자금도 사모로 쉽게 모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펀드 존속 기간도 15년 이내로 길다. 투자자수는 49명 미만이며 최소투자액은 개인 10억원, 법인 20억원이다.

이와 달리 빠르면 10월 탄생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는 공모로 펀드 존속 기간이 최대 3년 이내다. 일정 기간 안에 기업 인수를 완료해야 하고 상장요건도 투자액이 최소 200억원 이상으로 까다롭다.

◇문제는 없나=PEF 규제를 대폭 풀다보니 우려도 적잖다. 무엇보다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이란 명분은 좋지만 현실은 '머니게임'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무투자'보다 '단기투기'를 걱정하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핵심 규제 외에 차입한도 규제를 풀고 주식 처분 규제를 없애기로 한 데 따른 당연한 반응이다. 이른바 '먹튀' 가능성이다. 과거 외국자본의 행태만 봐도 예상 가능한 얘기다. 물론 당국은 "가능성이 제로"라고 장담한다.

반면 금융감독당국이 풀어준 규제만큼 관리감독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사실상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셈인데 이를 챙길 여건이 마련됐냐는 문제제기다. '고수익'의 전제가 되는 '고위험'도 걱정거리다. 구조조정의 구원투수로 나선 PEF가 시장혼란의 주범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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