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공개]평준화 '보완' 힘 실릴 듯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04.15 16:28
15일 최초 공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자료를 살펴보면 지역간, 학교간 학력격차가 큰 것으로 드러나 30년 넘게 지속돼 온 평준화 정책에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 성적 분석결과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학력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교서열화, 공교육 붕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교육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간 점수 격차 최대 73점 = 이번 성적 공개에서 232개 시군구별로 1~4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시군구 지역의 빈도를 보면 서울 및 광역시의 구나 시 지역이 85.5%를 차지하고 군 지역은 14.5%에 불과하다. 도시와 농촌간 학력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표준점수 평균을 기준으로 수능 점수를 비교한 결과 학교간 차이는 최대 73점이나 났다. 이는 학교간 실력차를 뚜렷이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까지의의 고교 평준화 정책에 허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평준화 지역 내에서 학교간 점수차이도 26~42점으로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비평준화 지역을 포함할 때의 점수 차이인 57~73점보다는 작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어서 학부모들이 학력이 낮은 학교를 기피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내 학교 간에는 19~30점의 점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리와 외국어영역에서의 점수 차이가 특히 컸다.

◇장성·거창을 보라= 이번 성적 공개에서는 광주와 부산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돋보인 가운데 전남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 학생들의 성적도 눈길을 끌었다. 군 지역임에도 5년 연속 대부분의 영역에서 상위 20개 시·군·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수리나 영역에서, 거창군은 언어 영역에서 각각 5개 학년도 연속으로 상위 20개 시·군·구에 포함됐다. 이번 분석은 일반계 고등학교만을 대상으로 했고, 장성군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는 J고교 한 곳 뿐이기 때문에 장성군의 성적은 곧 J고교의 성적으로 볼 수 있다.

J고교는 기숙형 사립학교로 2006~2008년 농산어촌 우수고 사업 실적 평가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전라남도 최우수학교로 선정됐고 10년 연속 4년제 대학에 재학생 전원을 합격시켰다.

거창군의 K고교 또한 전국 단위의 기숙형 자율학교 운영 등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연구팀장은 "두 학교 모두 대학 진학률이 높으면서도 학생 중심의 자율성 교육을 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며 "학교장의 확고한 교육신념과 교사의 헌신적 노력, 직원들의 열의와 헌신,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믿음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공립·남녀공학 성적 낮아= 이번 성적 공개에서 국·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 남녀공학보다 남학교, 여학교의 성적이 더 높은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2005~2009학년도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은 사립학교가 약 101점대로 99점대인 국·공립학교보다 약간 높았고, 1~4등급 비율도 사립은 38~44%, 국·공립은 36~39%대로 사립학교가 앞섰다.

학교 성별로는 전반적으로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여학교의 표준점수 평균이 높았고, 수리가와 수리나 영역은 남학교의 평균이 높았다.

남녀공학은 수리가 영역을 제외한 3개 영역에서 1~4등급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남학교, 여학교보다 평균이 떨어졌다.

"평준화 수술" vs "서열화 심화" ◇= 교육 당국의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해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나라당 등 성적공개를 요구해 온 쪽에서는 "허울 뿐인 평준화 정책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반긴 반면, 전교조 등은 "지역간, 학교간 서열화를 부추겨 결국 공교육이 붕괴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시했다.

교육당국은 개별 학교명이 공개되지 않았고 학교별, 지역별 원점수와 표준점수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서열화 등의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평가원은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수능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을 밝히고 교장의 리더십, 교사의 열정 등 학교효과를 심층 분석해 학업성취를 향상시키는 주요 요인을 분석할 계획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학교가 잘 가르치기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이를 위해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필요조건"이라며 "이번 평가원의 수능성적 분석결과 공개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학생수, 학교설립 유형에 대한 분석 없이 단순한 등급 비율을 통한 순위 산정통계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며 "경쟁과 서열화의 광풍으로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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