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장의 눈물, 남자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태은 인터넷이슈팀장  | 2009.04.14 15:56

[기자수첩]

윤여표 식품의약안전청장의 ‘닭의똥’ 같은 눈물이 방송과 신문 지면 곳곳을 장식했다.

13일 국회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불려나간 윤 청장은 ‘석면탈크’ 파동에 따른 의원들의 질타에 결국 눈물줄기를 보이고 말았다.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그는 “저도 괴롭다. 나무라시지만 말고 좀 도와달라. 작년에 식품으로 곤욕을 치렀는데 이번에 의약품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울먹거렸다.

보도후 “불쌍하다”는 동정표도 일부 있었으나 눈물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힘들다해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그 자리에 있어야하나, 사임하시라”, “그렇게 나약해서 어찌 청장직을 수행하겠나”는 것. 심지어는 “괴롭다, 힘들다고 하는 자는 자격이 없다.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떠나라”는 자질론까지 터져나왔다.

“황산성 전 환경처장관을 닮아가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황 전 장관은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과의 언쟁도중 울음을 터뜨린데 이어 국회 보사위 회의장에서 ‘답변을 정숙히 하라’는 야당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다 ‘울보장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993년의 일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가, 그것도 ‘남성’ 관료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는 드물다. 지난2월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가 퇴임기자회견에서 낙루를 제어하지 못한 일이 있었기는 했지만 '때'가 달랐다.


미국에는 남자의 눈물을 흉잡는데는 ’머스키의 눈물(Muskie's Tears)’이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1972년 미 대선후보였던 민주당의 에드먼드 머스키가 공개적으로 눈물을 보였다가 정치적 야심을 접어야 한데서 나왔다.

이제는 단지 남자가 눈물을 보였다고 해서 탓하던 시대는 지났다. 때문에 ‘악어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여론몰이용 ‘전략적 눈물’까지 등장했다. 한국남성학연구회 정채기 회장(강원관광대 교수)은 남자의 눈물도 ‘진정성’으로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남성의 눈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수용자의 감정과 일치되는지 여부로 봐야한다는 것.

그런데 윤 청장의 눈물은 무책임해 보였다는 비난이 많다. "눈물을 흘리다니, 석면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모들 심정을 아느냐"는 반발이 식약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까지 올라왔다.

"식약청 직원들이 밤새우면서 일하는데 범위가 워낙 넓어 너무 힘들다"는 윤 청장의 하소연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민초들이 보기에는 국민건강을 담보하고 있는 무거운 직책의 눈물이 너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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