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 듯한 경기, 마음만 앞섰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4.14 08:31

정부·전문가 "부실 전면화 전 단계, 이제 진짜 위기 닥칠수도"

#토요일인 5월2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이어지는 5월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 제주도는 물론 해외 유명 관광지 비행기 예약이 4월초에 조기 마감됐다.

#2년 단위로 열리는 올해 서울모터쇼에 95만명의 '구름 관람객'이 몰렸다. 2007년보다 관람객이 4만명 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주최측은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예상을 훨씬 웃도는 관람객이 입장했다고 반색했다.

#지난 4일 개막한 프로야구 주말 2연전 동안 지난해보다 64%나 급증한 18만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프로농구 입장객수도 2006~2007시즌에 세워졌던 시즌 최다 관중기록을 경신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사태'라는 진단이 무색해지는 뉴스가 이어지면서 "요즘 불황이 맞기는 맞아?"라고 의아해하는 국민들도 상당하다.

휴일이면 각종 봄맞이 행사가 열리는 주요 행락지 주변도로가 상춘객이 몰고 나온 자동차로 꽉 막히는 현상은 여전하다. 백화점 봄 세일 매출도 지난해보다 더 늘어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현상만 떼어놓고 보면 지난해말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터널에서 벌써 벗어난 듯 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최근 위축됐던 증권시장이 살아나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 시장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최악을 거듭하던 경제지표도 미세하게나마 반등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정부는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고 신차 구입을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 관련 세금을 깎아주는 비상대책을 내놓는 등 경제위기 극복 방안 마련에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분석가들도 "실물 위기는 지금부터"라며 선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현격한 '온도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위기가 전면적으로 현재화되지 않은데다 과거 외환위기 학습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동결했지만 대폭적인 임금삭감이나 정리해고 같은 '충격요법' 카드는 사용하지 않아 가계에서 아직까지는 감내할 만 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때는 전 산업에 걸쳐 한꺼번에 구조조정 '쓰나미'가 불어닥쳤지만 지금은 부실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선별적, 단계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체감 위기 강도도 약할 수밖에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외화위기 때는 갑자기 기업이 도산하는 등 충격이 더 컸으나 이번 위기는 글로벌 시장 악화에 따라 수개월에 거쳐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미 외환위기의 대혼란을 겪어본 이들이 많아 경험을 통해 현재 단계에서의 위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이 타격을 본 반면 아직까지 봉급생활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외환위기 경험을 떠올려 조금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후행적으로 작용하는 은행 연체율과 실업률 등이 앞으로 더 나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기가 급반등하기는 어렵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많아 앞으로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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