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보는 외국계 시각 "달라졌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4.12 13:06

FT "한국 광공업생산, 그린슈트"… 노무라, 韓 성장률 2%P 상향

한국경제를 바라 보는 외국 언론과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등 영국계 언론이 잇따라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영국계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한국 은행들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 때리기’에 나서 '3월 위기설'을 부추기던 것과는 딴판이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행에 성공한 30억 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오는 16일 외환보유액으로 편입된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는 외화자금시장 등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정부 외평기금 관리계좌로 들어간다.

변화의 조짐은 한국 때리기의 선봉장격이었던 FT에서 먼저 나타났다. FT는 이달 2일 렉스칼럼에서 전세계적으로 주식이 급등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린슈트(경기회복 징후)의 하나로 한국의 광공업생산(전년비)이 1월 -26%에서 2월에 단지 -10%에 그친 점을 꼽았다.

피치는 지난 7일 발표한 한국특별보고서를 통해 은행건전성 제고, 원화와 외화유동성 공급, 경기진작과 중소기업 지원, 통화정책 등에서 한국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책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IMF때 가장 먼저 대출을 회수해 가며 한국이 국제통화금융(IMF) 구제금융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일본계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일본계인 노무라증권은 지난 7일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6%에서 -4%로 2%포인트 상향했다. 노무라는 원화약세와 금리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한국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교정이 나타난 결정판은 외평채 발행이었다. 외평채 발행을 준비하던 3월 중순만 해도 정부는 발행 성공여부와 금리 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9월 외평채 발행 실패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었던 것.

지난달 25일에는 영국 정부가 17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40년 만기 장기국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실제 입찰액이 16억7000만파운드에 그치며 1995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유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일본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의 국채 발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영국 국채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외면 받으면서 국가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의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번졌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난 9일 새벽 30억 달러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당초 예정금액은 20억 달러였지만 80억 달러가 몰려 발행액을 늘렸다.

영국계 언론이 한국의 단기외채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지만 단기외채가 8조 달러로 외환보유액 710억 달러의 100배가 넘는 영국과는 다른 상황임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외신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블룸버그는 신흥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면서 이번 외평채 발행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외평채에 몰린 뜨거운 반응은 한국 경제가 최악의 하강국면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risk appetite) 현상이 강화됐음을 드러내는 새로운 징후”라고 평가했다.

WSJ은 또 한국이 외평채 발행을 통해 올해 만기 도래하는 대규모 외채 상환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켰다고 덧붙였다.

영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였다가 2007년 캐나다의 금융미디어업체 톰슨에 인수 합병된 로이터는 “한국의 외평채가 연초 발행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국채가 제공한 프리미엄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덜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정부에게 유리한 금리가 책정됐다”고 평가했다.

김윤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이전의 외평채가 주로 한국물의 기준금리 설정을 위해 발행된 반면, 이번 발행은 한국경제의 외화 조달 능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는 오는 16일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정부 외평기금 관리계좌로 들어가 외환보유액에 포함되므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뉴욕주립대 정치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통일부 외신담당 부대변인을 역임했던 김영민씨를 13일부터 직무에 들어가 외신과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한국 경제를 제대로 알리고 부정적인 시각을 바로 잡는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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