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없는 신용사회' 자리매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04.14 06:54

[신용카드 40년…오해와 진실](1)

지하경제 축소-세수확대 기여에도 큰 몫

신용카드는 경제 성장에 적잖게 기여했으나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경제 성장에 기여한 점은 중소가맹점 등의 매출 활성화다.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 음식점, 술집, 슈퍼마켓 등의 계산대에는 현금출납기와 함께 두툼한 외상장부가 놓여 있었다.

현금만 받다보니 식당에서 지갑 얇은 직장인들이 외상값을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대학가 주점에는 학생들의 전공서적만큼 두꺼운 외상장부가 몇권씩 쌓였다. 식당주인들은 외상 독촉을 피해 상당한 거리를 돌아 출퇴근하는 고객들에게 "외상은 갚지 않아도 좋으니 예전처럼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풍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외상고민'은 90년대 말 신용카드 확산과 함께 줄어들었다. 카드사들은 고객이 가맹점에서 결제한 카드대금을 우선 지급했고 그 기간도 20일에서 5일로 크게 단축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외상값 떼일 일이 없어진다는 장점이 부각돼 가맹점수도 급증했다. 국내 카드가맹점은 2000년 600만곳을 넘어선 뒤 지난해 말에는 1560만곳으로 늘어났다. 가맹점수는 경제활동인구(2290만명) 1명당 0.68곳에 달한다.


가맹점 유형별 카드지출액을 보면 신용카드 효과를 실감한다. 비씨카드 고객의 업종별 사용액(2006→2007→2008년)은 △숙박 8927억원→1조31억원→1조1788억원 △레저 2조4035억원→2조8664억원→3조1694억원 △유통 11조7008억원→13조1042억원→15조2818억원 △학원 9434억원→1조674억원→1조1496억원 등으로 고르게 증가했다.

'가맹점 확대→소비자 증가→카드산업 발전'이라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되면서 경제 전반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도 함께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남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와 삼일PwC가 2006년 비자카드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2000~2004년 국내 신용카드 지출이 1% 늘어날 때마다 부가가치세액은 최대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육성에 따른 고용창출, 금융기관 유동성 증대 등의 효과를 합하면 2002년에는 최대 21조5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용카드는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데도 일조했다. 신용카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세원 포착이 쉬워졌고 탈세가 줄어든 영향으로 세수도 증대했다. 세금을 줄이려 매출을 축소하는 가맹점도 당국의 신고제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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