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 차익거래 포지션 '청산'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4.09 17:11

[은행 외환전략]작년말 선물매수·현물매도 포지션 모두 축소

이 기사는 04월07일(17: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와 원화를 저렴하게 매입, 국내 채권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외은 지점)들이 이와 관련된 외환 포지션을 지난해 4분기 대거 청산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달러 차입이 쉽지 않게 되자 재원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기존 포지션 청산을 통한 이익 실현으로 자금 확보 욕구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은행들이 환 포지션 중립을 철저히 유지했다. 도이치은행과 JP모간 등이 소극적이나마 환율 방향성에 일부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포지션 대거 청산

더벨의 집계에 따르면, 외은지점중 칼리온과 BNP파리바·UBS·ABN암로·JP모간·바클레이즈·SG·ING가 지난해 4분기 외환 포지션을 대거 축소했다. 선물과 현물 포지션을 동시에 축소해 포지션 부담을 덜었다.



칼리온의 경우 지난해 7월말 현재 선물과 현물 포지션은 각각 6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12월말 현재 1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ING의 포지션 축소는 극적이다. 8월과 9월 선물과 현물 포지션이 각각 80억달러를 넘어섰던 것이 12월말 현재 20억달러대로 4분의 1로 줄었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체방크 등이 포지션을 소폭 늘리거나 기존 포지션 규모를 유지했다.



국내 유가증권 투자 감소

외환 포지션을 크게 줄인 외은지점들의 움직임은 본점 차입을 통한 국내 채권 투자 전략(차익거래) 변화와 같은 선상에 있다. 그동안 외은지점들은 본점에서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꾸고 값싼 선물환을 사들여 이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누리는 전략을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국내 채권 투자를 위한 본점 차입이 쉽지 않게 되자 재원 마련도 어려워졌다. 각 은행들의 본점이 실적 악화 등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등 자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 포지션을 축소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진 셈이다. 선물환 가격도 상승 반전하는 보이면서 기존 포지션 청산을 통한 이익 실현 욕구는 더 커졌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꾸준히 원화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늘리던 칼리온의 경우, 4분기 투자 규모를 줄였다. 3분기말 현재 4조원에 달하던 원화 유가증권 잔액은 4분기말 3조1800억원으로 급감했다.




포지션 규모를 큰 폭 줄였던 ING 역시 원화 유가증권 규모가 3분기 4조3529억원에서 4분기말 3조9914억원으로 감소했다.

중립 포지션 '원칙'..도이치·JP 환율 상승 베팅

포지션 규모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환 포지션 중립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선물과 현물을 합친 종합 포지션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다. 환율 방향에 대한 베팅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차익거래를 위한 포지션인 셈이다.



대부분 외은지점들이 중립에 가까운 포지션을 유지한 것과 달리 도이치은행과 JP모간체이스는 환율 상승 베팅에 나섰다.



도이치는 달러/원 환율 하락 추세가 진정되기 시작하던 2006년 하반기 이후 순매수 포지션으로 적극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7월 이후 석달간 순매도 포지션을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이후 다시 순매수 포지션으로 바꾸면서 환율 상승을 즐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가 환율 하락과 상승 베팅을 오갔다면 JP모간은 상승 쪽으로만 베팅했다.

지난해 하반기 선물과 현물 포지션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도 7억~8억달러 수준의 순매수 포지션은 꾸준히 유지했다. 12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1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중 국내 자본금(2008년말 현재 3316억원)에 대한 헤지분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누가 봐도 환율 상승 추세가 보였다"며 "중립 포지션이 원칙인 외은지점들도 환율 상승을 쳐다보고만 있기에는 이익을 포기하는 게 너무 아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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