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만에 주문 초과' 외평채 인기 폭발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4.09 17:18

해외투자자 몰려 발행규모 30억弗로 늘려

 지난 9일 새벽 12시50분. 외평채 발행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약 39시간에 걸친 장정이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런던에서 직접 한국경제 설명회(IR)를 여는 등 해외 IR을 누차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외평채 발행은 해외 로드쇼(투자자 설명회) 없이 이뤄졌고 국내에서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따라서 외평채 발행을 선언한 지난 7일 이후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을 비롯한 김윤경 국제금융 과장과 서기관, 사무관들은 옷 갈아 입으러 잠시 집에 들른 시간을 빼고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와 국제금융센타를 지키며 마감 직전까지 전화를 붙들고 투자자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평채 발행이 무산됐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할 수 없어 국제금융라인의 부담감은 더욱 컸다. 신제윤 차관보는 ‘아세안+3’ 회담차 태국 출장중이었음에도 수시로 국내로 연락을 하며 발행전략을 짜고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외평채 발행이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였기 때문에청와대나 윤증현 장관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각종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실무진들의 의지도 강했다.

 다행히 2006년 이후 처음 발행되는 한국물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투자자 모집에 들어간 지 6시간 만에 주문 규모가 당초 발행 예정금액인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발행규모를 30억 달러로 늘렸고 주문규모가 80억 달러를 넘어섰을 때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딜(거래)을 끝내기로 했다. 그 정도면 적정한 선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렇게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충해 대내외적인 불안심리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은행, 공기업들의 해외차입에 기준금리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발행규모 30억달러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4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규모가 확대된 것은 이번 외평채 발행이 민간의 외화 차입을 위한 기준금리 제시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확충이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는 5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15억 달러와 1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15억 달러 등 2종류로 각각 미국 국채 금리 대비 400bp와 437.5bp의 가산금리가 붙었다. 이는 당초 발행주간사가 예상한 400bp 후반대보다 낮은 금리다.

정부는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채(5년물 미국 국채+400bp)와 같은 수준이다. 이번 발행금리는 그러나 1998년 5년물(미국 국채+345bp), 10년물(미국 국채+355bp)보다는 높다. 다만 표면금리는 당시 5년물 8.952%, 10년물 9.083%에 비해 5년물 5.864%, 10년물 7.260%로 낮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지만 이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민간부문이 차입할 때 조달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금리가 적절한지 여부는 통상 유통시장에서 얼마에 거래가 이뤄지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되는데 5bp-10bp가 내리면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외평채 5년물의 경우 뉴욕 채권시장에서 발행 직후 3bp 정도 내려갔다가 거의 보합을 유지했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10bp가 떨어졌다.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10년물의 경우 미국 투자자들이 62%를 차지한 가운데 아시아 23%, 유럽 15% 등으로 나타났다. 5년물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투자자들이 40%를 차지했으며 유럽 32%, 미국 28% 등의 순이었다. 총 320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 외평채 발행을 시도하던 당시 투자자들이 요구했던 가산금리가 200bp대였던 것에 비하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한 채권 매니저는 "그때 발행했으면 더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론일 뿐"이라며 "지난해에 코스피지수가 900선이 무너졌을 때 왜 주식을 사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날 외평채 발행 소식으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원 하락한 132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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