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심야에 2030 지갑 연 비결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9.04.12 09:11

'박리다매 앵무새 진행' 기존틀 벗어나 젊은층 눈높이 맞춰

#. 토요일 자정이 넘은 시간. 대학생 최자연씨는 TV채널을 돌리다 평소 관심있는 '스모키 화장법'이 나오는 걸 보고 채널을 멈췄다.

평소 스모키 화장을 해 보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는데 마침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최씨는 '작고 쌍꺼플이 없는 눈은 아이라인을 진하게 하지 말고 눈꼬리에는 칠하지 말라'는 등 전문가의 조언과 모델의 시연 장면을 10분 이상 관심있게 지켜봤다.

"홈쇼핑이 아줌마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라."
주요 시청자가 가정주부인 홈쇼핑 방송이 젊은 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쇼호스트의 상품 설명 위주였던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새로운 볼거리와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곁들이는 토크쇼 형식의 방송을 심야에 내보내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홈쇼핑이 지난달 21일부터 토요일 밤 11시40분에 편성한 '스타일 온 에어'는 동시간대 홈쇼핑 5개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CJ홈쇼핑의 평소 동시간 시청률에 비해서도 3~4배에 달하는 시청 성적을 거두며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됐다.

'스타일 온 에어'에서는 쇼 호스트가 주인공이 아니다. 패션모델 출신 변정민과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 등 젊은 여성들에게 패셔니스타로 인지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토크쇼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평면적으로 설명해 주는 기존 판매 방식에서도 벗어났다. 요즘 젊은이들의 성향을 감안해 유행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멋쟁이가 될 수 있는지'를 코디해 준다. 흡사 패션 전문 방송을 연상케 하는 진행방식인 셈이다.


싼 물건을 많이 파는 기존의 '박리다매' 포맷과 달리 판매되는 제품도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은 최신 유행 품목이다. 1회 방송에서 판매된 '트루릴리젼 조이 슈퍼티 진'과 '더칸쥬 가죽재킷'은 불과 30분 방송 동안 1분당 주문 금액이 760만원 이상 나오는 '대박'을 쳤다.

3회(4월4일)에서 방송을 탄 '부르주아 S/S 컬렉션 풀패키지'는 스모키 화장 시연을 곁들여 1분당 150콜이 넘는 주문이 쏟아졌다. 특히 이 제품을 주문한 고객 가운데 15%는 신규 유입 고객이어서 집객 효과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게 CJ홈쇼핑 측의 자체 평가다.

CJ홈쇼핑 관계자는 "2회(3월 28일)에 방송됐던 립글로스와 속눈썹 고데기 제품도 20대 여성 구매 비율이 70%를 차지했다"면서 "보통 20대 여성들은 홈쇼핑에서 구매를 잘 하지 않는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도 주말 심야 시간대 젊은층의 시청이 늘자 이례적으로 오는 11일(토) 생방송 특집 방송을 편성했다. 토요일 밤 8시부터 다음달인 일요일 낮 12시30분까지 16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개그맨과 직장인 라이브 밴드 등이 출연해 토크쇼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철효 팀장은 "기존 새벽2시부터 6시까지의 재방송 시간의 최근 2~3개월간 고객수가 7 %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 심야 방송에는 주로 침구나 이·미용상품, 안마기 등 고 연령대 상품이 많았는데, 심야 젊은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번 특집 생방송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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