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은 총재 "올 성장률 마이너스 예상"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09.04.09 12:29

4월 금융통화위원회 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을 것이고, 세계경기가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 선택의 여지를 닫아둔 것은 아니다"라며 "기준금리 2%는 금융완화를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금리가 2%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모두발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 2%로 유지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 실물경제 상황을 보면 국내경기가 계속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난 4분기까지 하강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최근 1~2개월 하강 속도가 상당히 완만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와 소비는 계속해서 부진하고, 수출 감소율도 대부분의 품목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운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수출 감소율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정부의 공공투자 사업이 크게 활기를 띄고 있고 기업체 재고 조정도 그간 신속하게 이뤄져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진이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지난 연말 급격하게 위축된 경기가 최근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쪽을 보면 지난 3월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상승해, 상승률이 조금 낮아졌다. 최근 물가 동향은 농축수산물 등 계절성 요인도 있지만, 큰 흐름으로는 그간 환율 상승이 아직 우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유를 비롯해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근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수요가 약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비자 물가는 안정되어 가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시장을 보면 지난 몇 달 동안 매우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써왔고, 정부에서 신용보증을 확대한 데 힘입어 완화되고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호전되고 있고, 은행 대출태도도 어느 정도 완화됐다. 그 결과 중소기업이나 가계부문 은행 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대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회사채 발행도 최근 1~2개월 동안 활발해졌다. 또 국채와 회사채 사이의 금리 격차도 상당히 줄었다.

앞으로 정부에서 추가 경정예산까지 집행하면서까지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가 기대되지만, 당분간은 소비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고, 또 세계경제도 단기간에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회복이 금방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경기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부문에서는 수요가 워낙 약하고 비용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4월 이후부터 물가 상승률은 뚜렷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수출 수입 모두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커지고 서비스 수지 역시 그 동안 원화 약세 효과로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경상수지는 상당히 큰 흑자폭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경제전망을 토대로 앞으로 한국은행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지켜나가겠다. 그러면서 국내외 금융상황에 따라 경기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유지할 수 있게 실물경제를 지원하겠다.

[일문일답]

─올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로 예상했는데 '1분기 바닥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가

▶ 지금 경기 상황이 워낙 불확실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 중에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고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닥이다 아니다를 어떤 지표로 말하느냐에 따라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상반기 중에 바닥 치고 올라간다고 뚜렷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정부에서 추가 경정 위해 국채 발행하면 한국은행에서도 직접 매입할 수 있다고 그랬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아직 한국은행이 정부 국채에 대해 직접적으로 행동을 취한 것은 없다. 정부 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 등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적절한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추후 금리 인하 여지 남겨둔 것인가

▶올해 상반기나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 워낙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정책 선택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본다. 앞으로 실제 경제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금리 인하 여지가 완전히 닫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최근 유동성 함정 조짐 보이지 않는가

▶2개월 연속 금리 동결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일반적인 여건을 비춰보면 기준금리 2%는 금융완화를 상당히 강하게 하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는다고 금융완화 기조를 거둬들였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단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지난 두 달 동안은 좀 더 두고 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동결할 것이지, 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소멸됐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또 유동성 함정에 대해서는 5.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가 2%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 의도했던 정책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채권시장에서 금리도 상당히 내려갔고, 예금대출 금리도 상당히 내려왔다. 지금까지 유동성 함정에 다다랐다고 판단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 징후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2% 수준으로 오기까지는 유동성 함정 징후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달 경기 하강이 점점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완화된 것이 아닌가

▶경기 하강 완화 여부는 지난달에 걱정한 것보다는 나은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경제가 내려갈 때 일시적으로 올랐다 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두 달 사이의 현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그 동안 환율 상승이 국제수지 개선 등에 도움을 줬다. 그런데 최근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수출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2월부터 3월초까지 환율이 급상승한 것은 지나친 상승, 과잉반응이었다고 볼 수있다. 환율은 크게 봐서 지난해 11월 1300원대에서 지금까지 큰 흐름 측면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방향성을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경상수지에 끼칠 영향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금리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많은 은행들이 대출을 CD 기준으로 해왔다. 그 동안 CD금리가 기준금리로 적합한지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그럼에도 CD금리를 써온 것은 알기 쉽고 설명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CD금리가 상당히 신축적으로 반응한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금리 선택하더라도 금융 상황을 충분히 신축적으로 반영하면서 금융거래에 참석하는 당사자들이 쉽게 공감하는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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