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속도전 점거 폭력에 '벌써 1년'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9.04.09 10:16

[18대 총선 1주년]예산안 단독처리, 본회의장 점거…'정치 실종'

18대 국회의원 299명이 탄생한 지 꼭 1년이 됐다. 길지 않은 이 기간 동안 여당은 속도전을 외치고 야당은 물리력으로 맞서며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로 국민들의 기대 속에서 출발한 18대 국회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5월, 임기가 시작됐지만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전국이 촛불로 뒤덮이자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다. 원 구성 협상도 쇠고기 사태와 연계돼 국회는 무려 82일이나 지각 출발했다.

가까스로 열린 국회였지만 파행은 계속됐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겠다며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무기력하게 끌려다니기만 하던 한나라당은 추진력과 협상력 어느 것 하나 발휘하지 못하며 야당에 파행의 책임을 돌리는데 급급했다.

파행의 절정은 연말연시에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수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2009년 예산안은 결국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야당 의원들은 예산안 반대 투표를 포기하고 본회의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여당 의원들은 낯뜨거운 자축을 서로 주고 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는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가 등장했다. 이 모습은 해외토픽에 올라 우리 국회의 '위상'을 남다르게 만들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정치권은 희망 대신 망신을 줬다.


다수 의석의 힘으로 쟁점법안들을 무더기로 단독 처리한 한나라당에 맞서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멍하니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고,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 끌려나가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새해를 맞아서도 국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곳곳에서 활극이 벌어졌다. 몸싸움을 하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의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 사이 법안들은 토론과 심사를 거치기보다 여야 지도부의 일괄 협상으로 졸속 처리되기 십상이었다.

또 여야 모두 경제살리기를 외쳤지만 정작 당 내부의 갈등과 분란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서는 위태로운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갈등이 계속됐고,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귀로 내홍에 휩싸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