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벚꽃 "여의도에 같이 있지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4.09 09:39

[18대 총선 1주년]폭력국회 무능국회 실종국회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정권교체 리스크
-글로벌 위기 따른 경제와 서민생활 위기는 뒷전

한국 정치를 경제처럼 성장률로 따져보면 어떨까. 플러스(+) 성장은 커녕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데 토를 달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여의도 시계(時計)'는 반대방향으로 돌고 있고 국민들은 실망을 지나쳐 무덤덤해지고 있다.

18대 총선이 실시된 지 9일로 1주년이 됐다. '아니 벌써?'보다는 '그것밖에 안 됐나'는 반응이 많다. 한국 정치는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볼거리를 쏟아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허탈함을 느낄 뿐이다.

1년 동안 국회는 한치 양보없는 여야 대결, 당내 갈등으로 점철됐다. '폭력국회', '무능국회', '실종국회'라는 말을 들었다. 법안 발의 및 입법이란 본연의 임무이자 권리를 제쳐둔 채 밥그릇 싸움에 골몰했다.

1년전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정국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 친여성향 무소속(19석) 등 보수진영은 204석을 획득, 개헌선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이 힘을 합치면 '보수진영에 의한 평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은 81석에 그쳤고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등은 그저 명함을 내민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정권교체는 노무현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의욕만 앞세우며 갈팡지팡했던 '아마추어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 이 결과 한국 경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에 표를 몰렸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서둘렀다. 좌파의 무분별한 '대못박기'로 인한 폐해를 줄이겠다며 힘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정부 부처는 물론 공기업 심지어 주요 민간기관의 수장들을 일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른바 인적 청산인데 좌파의 독주가 보수의 질주로 바뀐 셈이다.

갈등이 예고됐고 결과는 뻔했다. 18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한 뒤 원구성에만 82일을 소비했다.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지만 뜻은 갈렸고 곳곳에서 충돌이 나타났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을 놓고 논쟁이 아닌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이 시기는 미국발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하며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국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 첫 정기국회 국감에서 여야는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며 허송세월했다.

예산안 심의가 늦어져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는 '위헌 상황'까지 나타났다. 법을 발의하고 만드는 국회에서 법을 아무렇게나 무시하는 일이 나타난 것.

여권은 이에 '입법전쟁'이란 모토 아래 속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머까지 동원됐고, 액션극에서나 봄직한 격한 몸짓들이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을 강제 점거했고 국회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이를 강제해산시키려 했다.

국민의 비판에 떠밀려 협상에 나선 끝에 여야는 쟁점법안 처리 시점 등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달 임시국회의 시계도 자꾸 되돌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주공·토공 통합 관련 법안을 강행처리하자 모든 상임위를 거부하기로 했다.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안건을 다루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비정규직 법안 △한·미 FTA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급한 현안이 올라 있다. 하지만 여야 극한대립이 이어지며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 초선 의원은 '왜 이런 유치한 양상이 반복되냐'는 질문에 "나도 그걸 놓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을 한 사람씩 만나보면 다들 훌륭한데 모이면 돌변한다. 초선인 나로서는 때로 표정관리조차 힘들 때가 있다. 그들이 웃을 때 나는 울고 싶기도 하고 그들이 화를 낼 때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내가 초선이라서 그런가…."

국회 한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정권이 교체되면 어수선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되물은 뒤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끝없는 소모전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제 한국 정치의 '정권교체 리스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요즘 화사한 벚꽃이 여의도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의원들은 어떤 상념에 젖을까. 그들은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까. 벚꽃은 한 곳에서 5~6개 이상의 꽃자루가 길게 나오기 때문에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한 곳에서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서로를 감싸며 길~게 뻗어나간다. 이것이 벚꽃이 갖는 아름다움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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