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골프는 큰 게임이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9.04.09 10:47
골프는 큰 게임이다.

골프처럼 큰 공간을 차지하면서 하는 게임이 있을까?

골프장은 18홀을 기준으로 30만평 내외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은 골프의 한 홀 정도의 면적밖에 쓰지 않는다. 면적을 크게 쓴다는 것은 마라톤이나 바이에슬론, 크로스 컨트리, 철인3종 경기처럼 자연과의 다양한 대면이 운동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탁구나 배드민턴과 같은 실내 게임에 비해서 야외에서 하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날씨의 변화가 게임의 중대 변수가 된다. 바람과 비 햇살 그리고 지형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가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같은 야외의 경기지만 축구나 야구는 완전히 정형화된 공간에서 하는 게임이다. 골프장도 나름 계산된 공간이기는 하지만 축구나 야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존중한 위해 이뤄지는 게임인 만큼 마주하게 되는 변화의 다양성이나 폭도 그만큼 크다. 골프는 자연에의 순응능력을 묻는 게임이다.

게다가 골프는 운동시간이 가장 긴 게임 중 하나다.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게임의 시간이 길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얼마나 잘 하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랜 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일관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 순발력이 아니라 지구력이,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꾸준함이 더 큰 미덕이 되는 게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 아니다. 골프는 다자간의 경쟁이다. 골프는 자연과의 대면이면서 또한 사람과의 경쟁이라는 요소를 갖고 있다. 골프는 본인을 포함한 4명이 함께 게임을 한다.

탁구의 복식이나 단체전도 많은 사람이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적과 아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게임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당구와 같은 게임이다.

몰론 육체를 부딪치고 들이박지는 않지만 치밀하고 치열한 심리적 공방이 있다는 측면에서 나 아닌 모든 사람과의 격투기나 포커, 고스톱 이상의 재미나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다.

골프는 반사운동이 아니다. 골프가 반사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이 골프를 빅게임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다.


복싱 탁구나 테니스 야구와 같은 반사운동은 생각의 크기가 작다. 직관과 동물적인 본능으로 해야 하기에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골프는 반사운동이 아니어서 생각할 시간이 많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매 샷 욕심과 긴장과 경쟁심과 불안 등 온갖 감정의 동요들과 마주하게 된다.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끝으로 골프는 많은 도구를 사용한다. 그토록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낚시 정도가 아닐까? 도구가 많다는 것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 그만큼 많아짐을 의미한다. 매 샷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전략은 매 샷 매 홀 주 객관적인 상황을 분석해야 함을 의미한다.

골프는 분석능력과 판단능력을, 전략과 전술능력을 묻고 있는 게임이다. 결론적으로 골프는 인간의 놀이 중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게임이다.

가장 넓은 자연 속에서, 가장 오래도록, 가장 많은 도구로, 다자간의 경쟁을, 치밀한 작전을 짜면서 하는 자기자신과의 싸늘한 대면! 그 어떤 게임보다 방대한 양의 룰과 에티켓이 골프의 복잡성과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증거다.

누워서 하는 것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은 섹스이고, 앉아서 하는 게임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마작이고, 서서 하는 게임 중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골프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골프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기술 몇 가지를 배워서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골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거나 아니면 교만한 것이다.

골프를 배우고 익히는 것 자체가 전략이 필요하다. 잘못 접근하면 골프의 본질을 맛보기도 전에 패잔병이 되고 만다.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 역사개론을 먼저보고 철학을 공부하기 전에 철학개론을 먼저 공부하는 것처럼 골프에 섣부르게 접근하기 보다는 ‘골프개론’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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