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신자유주의 비판론자' 장하준 부른 이유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09.04.06 17:55
"마라톤 대회가 도중에 무산됐다면 반환점까지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돌아올 수도 있다."

튀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신자유주의를 정면 비판하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한 말이다.

장 교수는 "인간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는 신자유주의 기본 전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거침없이 일갈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비판론자다.

야당 의원도 아닌 여당 의원이 앞장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몰아붙이는 장 교수를 부른 이유는 뭘까.

우선 현 경제 위기 상황이야말로 만고의 진리인 양 우리에게 흡수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정 의원은 "10년 전 외환위기를 맞은데 이어 현재 세계적인 경제 위기도 맞았다. 이쯤 되면 신자유주의 전략이 이대로 가도 되는지 되돌아 볼 때도 됐다"고 말했다.

당 국민소통위원장이기도 한 정 의원은 "소통은 다른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일단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더라"며 "과거 당 토론회에서 당과 거의 같은 생각을 갖는 이들을 강사로 초청하면 기분은 좋지만 유익한 토론회는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참석한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최근 미국 금융위기 때문에 생긴 경제 위기가 미국식의 표준을 갖고도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며 "이제는 대한민국도 새로운 표준을 만들 때가 됐다"면서 미국 등 강대국 중심의 궤도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내가 보기에 (장 교수와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바가)다르지 않다"며 "목표가 같아도 방법은 다를 수 있고 제일 좋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선 뒤늦게나마 신자유주의 재검토 논의 물살을 이어가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국민소통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적극 활용해 당 이미지 제고 등에 기여할 수도 있는 기회다.

금융권 등에서는 이미 신자유주의 회의론 폭풍이 한바탕 지난 상태다. 민주당도 한발 앞서 지난 2일 장 교수를 초청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신자유주의 재검토가 보다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탈 경우 뜨거운 감자인 규제완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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