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뷰]영리의료법인 도입, 오해와 진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장 | 2009.04.08 13:09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은 영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반해, 일반인과 상법상 회사(영리법인)는 영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러한 차별적인 진입제한 규제는 규제의 목표가 의문스러운, 타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후진적 규제다. 의료시장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해 독과점적 공급체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의료소비자인 대다수 국민의 편익을 저해하는 한편으로,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해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 배양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일반 국민, 회사 모두가 자유롭게 의료업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영리법인의 의료업 진출을 허용하자는 개혁안은 참여정부 이래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는 염려가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 퍼져 있는 우려에는 몇 가지 중대한 오해가 있다.

첫째,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하자니까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를 기존의 비영리체계에서 새롭게 영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시민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종합병원의 16.3%, 병원의 56.9%, 그리고 거의 모든 의원이 의료인 개인 소유이다. 이들 의료기관의 경우 이익배당이나 재산 처분 등에 관한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법적, 실체적으로 완전한 영리 의료기관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허용해도 이들 ‘개인’ 영리병원이 ‘회사’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며, 결국 의료공급체계의 영리성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한다.

둘째, 의료기관의 ‘영리성’은 민간의료기관이 90% 이상의 의료공급을 담당하는 우리 의료체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기부금 등 별도의 수입이 존재하지 않는 한, 비영리, 영리를 막론하고 이자 변제 또는 이윤 배당을 위해, 그리고 재투자 재원의 확보를 위해 의료 활동을 통한 이윤추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설주체의 ‘영리성’을 따지기 보다는, 영리 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공익성을 촉진하기 위해 부과되고 있는 각종 유인 및 규제방안을 더욱 정교하고 엄밀하게 설계하고, 집행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 타당한 대응방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셋째, 영리법인 허용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한다는 우려는 터무니없이 왜곡돼 있다. 영리법인의 허용 정책은 건강보험정책에는 전혀 변화를 주지 않으며,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의료서비스 공급자에 회사 형태를 추가할 뿐이다. 따라서 기존 의료기관과 동일한 규제아래 동일한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영리법인 정책과 별개로 국민건강보험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또한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정부도 이미 이러한 방침이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방향임을 공식적으로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

넷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면 진료비가 폭등한다는 주장은 크게 과장되어 있다. 영리법인이 도입되더라도 환자 개인의 진료비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더 오르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기 때문에 정부 및 보험자가 정한 건강보험 수가가 여타 병원과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변동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 항목인데, 이 부분역시 의료서비스의 질과 시장 경쟁에 의해 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진료비의 우려할만한 상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영리법인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면서, 모든 병원에 대한 공공적 규제를 더욱 다듬어 나가면 오히려 전체 의료서비스산업의 공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리법인의 허용정책이 무늬만 ‘비영리’로 영리 개인병원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비영리법인 병원과 국공립병원을 개혁하는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의 환상에 젖은 대안 없는 비판이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한, 우리 의료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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