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G스틸의 예정된 승리?

더벨 박준식 기자 | 2009.04.06 09:15

"범 현대가, 故 정몽우 일가에 현대상사 찾아주기"

이 기사는 04월03일(08: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종합상사 인수전이 BNG스틸의 '예정된 승리'로 싱겁게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범(凡) 현대그룹 오너 일가의 결정에 따라 인수자는 BNG스틸로 일원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상사 매각 주관사는 지난달 31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하고 현대중공업그룹과 BNG스틸,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세 곳이 입찰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구도는 현대상사와 사업적 거래관계가 있는 현대중공업과 BNG스틸이 자웅을 가리는 가운데 큐캐피탈이 의외의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모습이다.

앞선 두 후보는 전략적 투자자(SI)이고, 남은 하나는 재무적 차익을 목적으로 인수를 희망하는 후보다. 일반적인 공개매각과 비교하면 세 후보 간의 입찰경쟁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의향서 접수만으로 이미 승부가 확정됐다는 주장에 집중하고 있다. 상호 관련성이 높은 세 후보만으로 공개매각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범 현대가의 단일 후보설과 인수자 내정설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정설의 주인공은 BNG스틸이다. 지금은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지만 과거 일찍 세상을 떠난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이 이끌던 삼미종합특수강(2002년 개명)이 본체인 특별한 계열사다.

BNG스틸의 최대주주는 현대제철(41.1%)이지만 경영은 정몽우 회장의 아들인 일선(39, 장남, 대표이사), 문선(35, 2남, 이사), 대선(32, 이사) 씨가 이끌고 있다.


이 계열사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일찍 떠난 동생과 남은 조카를 위해 그룹으로 편입했지만 추후 계열 분리 대상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조만간 조카 일가에 관련 지분과 경영권을 완전히 물려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BNG스틸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현재 5122억원으로 인수대상인 현대상사(7530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인수 성공 시 철강사와 철강 무역상사의 만남이란 점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487억원으로 예상 인수액인 3000억원에는 어림없는 수준이지만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룹의 신용을 활용해 은행권으로부터의 차입이 가능하다.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들의 여력을 판단하면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따를 경쟁상대가 없다. 계열사를 제외한 현대중공업만의 현금성 자산이 2조원 대에 달한다. 세 후보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앞선 예상을 완전히 배제하고 판세를 분석해야한다.

그러나 이 인수전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인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그의 큰 형 정몽구 회장, BNG스틸의 현 경영진 정일선 삼형제 사이의 친족 관계를 배제하는 건 오히려 넌센스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몽준 의원이 아무리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조카들과 경쟁해 부친의 유지가 담긴 기업을 독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남은 후보인 큐캐피탈 역시 독자적 인수후보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조조정조합(CRC)으로 지난 1982년에 설립된 큐캐피탈은 그동안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통해 M&A 실적을 쌓아왔지만 현대상사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펀딩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추후 재매각을 고려해야 하는 특성상 전략적 투자자에 맞서 가격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구나 큐캐피탈은 현대차그룹과 일정한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 경영진 일가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조사하면서 현대차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M&A에 깊게 관여했던 큐캐피탈과 윈앤윈21 등을 압수수색했다. 만약 큐캐피탈이 현대차그룹과 최근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거래상대방과 불편한 입장이 되는 선택을 무리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중공업과 큐캐피탈은 BNG스틸을 돕기 위한 일종의 지원군 역할을 맡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며 "인수 주관사를 희망하는 금융사들도 대부분 BNG스틸에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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