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한전, BOO 방식 '한계'

더벨 하진수 기자 | 2009.04.06 09:15

[해외자원개발 M&A]⑤재원마련·구조조정 등 장애물.."시간 걸릴 것"

이 기사는 04월03일(15:2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KEPCO)-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카자흐스탄 국영전력회사인 삼룩에너지가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소 사업의 우선협상자. 한전은 발전소 건설 후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사우디에서도 한전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전은 사우디 ACWA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전력공사(SEC)가 실시한 라빅 중유발전소 입찰사업에서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냈다. 총 25억달러 규모의 이번 사업을 위해 설립되는 프로젝트 회사는 발주처인 사우디전력공사가 20%, 한전과 ACWA사가 각각 4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위 두 사업은 모두 민간기업이 발전소 등 인프라시설을 건설해 계속적으로 이를 보유하면서 운영을 통해 투자금액과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건설-소유-운영(BOO, Build-Own-Operate)방식'의 사업이다. 한전이 그동안 추진해왔거나 현재 추진 중인 해외사업을 살펴보면 BOO 방식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전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BOO사업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전의 최근 성과는 한전의 경쟁력을 세계에 증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BOO 방식은 금융절차가 복잡해 시간 및 비용부담이 따르고 성과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높은 위험에 따른 금리 수수료 문제도 BOO 방식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외화획득 차원에서는 BOO 방식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해외자원확보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적극적인 해외자원확보의 필요성은 보다 명확해진다.

올해 한전은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3조6592억원, 당기순손실 2조9525억원이라는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주된 원인은 지난해 연료비가 급등한데서 찾을 수 있다.

2008년 한전의 연료비는 16조5170억원으로 연결 영업비용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비는 원자력, 석탄, 유류, LNG 등으로 구성되고 석탄(유연탄)과 LNG 비중이 각각 39.6%와 47.7%를 차지함에 따라 이들의 가격 변동이 연료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의 급등은 경영실적에 치명타로작용했다.

한전은 이와 같이 해외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고질병을 해소키 위해 연료별 발전량 구성비율, 즉 발전믹스를 최적화할 계획이다. 2008년말 기준 LNG 47.7%, 유연탄 39.6%, 석유 7.6%, 원자력 5.1%의 발전믹스를 향후 발전 단가가 높은 LNG 등의 비중을 낮추고 발전 단가가 낮은 원자력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발전믹스를 개선한다고 해도 유연탄 등 해외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원자재 확보 문제는 끊임없이 한전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전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전혀 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전은 나이지리아 석유 탐사광구 개발을 시작으로 중국, 캐나다, 호주에서 석탄광, 우라늄, 유연탄 등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먼저 나이지리아 석유 탐사 광구 개발의 경우 한국석유공사의 주도 아래 한전, 대우조선해양 등 3개사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계약을 체결한 사례다. 한국컨소시엄의 참여 지분은 총 60%로 이중 한전의 지분은 9%(한국석유공사 45%, 대우조선해양 6%)에 그치고 있다.

유연탄 확보를 위해 호주 광산을 인수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전은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호주의 광산개발 전문기업인 코카투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안정적인 유연탄 확보를 위해서라는 것이 당시 한전측의 설명이었으나 한전이 확보한 지분은 9.8%에 머물렀다.

한전은 해외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현재의 국내외 경기여건을 고려할 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전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광물자원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 M&A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자산 규모 7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 한전이 해외자원개발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도 한전이 해외자원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

한전은 김쌍수 회장 취임 이후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며 인력감축 방안이 포함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원 2만1734명의 11.1%인 2420명을 오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게 한전의 당초 계획.

그러나 한전은 지난 달 갑자기 2012년까지 줄이기로 한 정원을 올해 일시에 줄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한전 산하의 발전사들 또한 이사회를 개최해 정원 감축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 2월 27일 공공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달 중으로 정원감축 계획을 확정할 것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한전 노조측은 사측의 이번 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 등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일방적인 인력감축은 막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맏형격인 한전이 언제까지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방향성은 분명 해외 M&A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한전이 진행해 왔던 해외사업의 기조 변경이 단기간 내 어렵고 한전 내부의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과제들이 많은 만큼 한전이 해외 M&A에 나서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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