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투자자산 비중을 분석한 결과, 3월말 현재 은행 예금에 54조8125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주식·채권·기업어음(CP) 등 전체 투자자산의 16.5%에 달하는 수치다. 그나마 지난 2월 예금 투자 비중이었던 20.6%에서 조금 줄었다.
자산운용사는 펀드 환매에 대응하려면 일정부분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차원에서 예금에 넣어두기도 한다. 보통 이 비율이 펀드 자산의 5%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자산운용사는 자금이 밀려드는 반면 투자할 대상을 찾기 어렵자 은행의 수시입출금 예금에 맡기는 사태를 빚었고 이 과정에서 예금 투자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경기침체의 활로를 찾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은행에 쌓인 자금이 안전자산인 MMF로만 흐르고,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운용사에서 은행 예금에 맡긴 '순환 고리'의 결과물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기 이전인 지난해 5월말 자산운용사의 주식투자액(국내·외 포함)은 149조4976억원, 채권은 69조706억원으로 전체 투자자산에서 각각 39.9%, 18.4%를 차지했다.
이후 조금씩 비중이 줄어들다 같은해 9월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후 주식· 채권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예금 비중은 9%에서 두 자릿수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비정상적인 MMF의 외형 증대로 주식·채권 등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금융업 발전을 꾀한다는 자산운용업의 역할론과 거리가 먼 결과를 보인 셈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4년 예금 비중이 4%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20%를 웃도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면서 자산운용사마저 제로금리에 가까운 예금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준 결과"라며 "최근 MMF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그 비중이 줄긴 했지만 뚜렷한 경기개선을 보이지 않으면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개선시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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