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증시, 본격 불마켓인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9.04.03 16:25
세계 증시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지난 4주 동안 20% 이상 뛰었다. 3일(현지시간) 증시가 급락하지만 않는다면 1938년 이후 최고의 4주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우지수는 전날 장중 한때 8000선을 넘는 강세 속에 216.48포인트 뛴 7978.08로 거래를 마쳤다. 8000선은 2월 9일이후 2개월만에 밟는 영역이다. 다우지수는 지난달 9일 12년 저점에 비해 21.9%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676에서 833으로 23% 수직 상승했다.

랠리 초반만 해도 베어마켓 랠리를 말하며 약세로 곧 다시 돌아설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S&P500지수가 '600'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도 나돌았다. 그러나 각종 호전된 지표와 징후들은 이제 '베어 영역'은 벗어났다는 확신을 높이우고 있다.

◇ "지표 개선..분위기 달라졌다"

현 금융위기의 진원지 주택 부문에서 먼저 회생 신호를 보냈다. 2월 신규주택 매매와 미결주택 매매는 전월에 비해 각각 4.7%, 2.1% 증가하며 예상을 웃돌았다. 주택창공건수는 무려 22% 급증했다. 미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주택 가격은 전월에 비해 1.7% 상승했다.

소비 부문도 회복을 알렸다. 미국의 소비 지출은 앞서 6개월간 이어진 감소세를 뒤로 하고 최근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월 내구재 주문은 감소 예상을 깨고 3.4% 증가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다. 제조업 수주는 7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vs "여전히 바닥", 더블 딥 우려도


투자자들은 지표가 예상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직 가혹하다.

일례로 FHFA는 1월 주택 가격이 1.7%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바닥을 헤매고 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한 수치일 뿐이다. 미국의 집값은 여전히 수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월 케이스실러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18.97% 하락했다. 이에 케이스실러지수는 2003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무엇보다 소비와 직결돼 있는 고용시장이 불안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9주 연속 60만건을 웃돌았다. 1982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실업수당 연속 수급자수는 57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주 평균은 65만6750건으로 1967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날 발표되는 3월 실업률은 2월의 8.1%에서 8.5%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종 부양책과 정책적 효과들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과다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부르며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이중침체)'이 나타날 우려도 나온다.

민간 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는 "대규모 부양책과 유동성 완화 조치가 하반기 경제 성장세를 불러오겠지만, 너무 빠른 회복을 경험한다면 2010년에 또 다른 경기후퇴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0년과 82년 유사 더블 딥을 경험한 바 있다. 컨퍼런스 보드측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디플레 우려가 크기 때문에 더블 딥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 세계 공조 기대해볼 만

불안이 여전하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G20은 우선 1조1000억 달러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출연,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를 돕기로 합의했다. 또 이와 별도로 재정 지출을 늘려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에 5조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속했다. 금융규제 강화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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