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보다 전세가 좋아요"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9.04.02 15:59

지방 전세가격 비율, 집값 턱밑까지 상승

↑자료;한국감정원

오는 6월 결혼할 예정인 광주광역시 직장인 박모씨. 그는 전세금에 2000만원만 더 있으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신혼집으로 전세를 선호한다. 박씨가 점찍은 곳은 광주 서구 금호동 종원팰리스빌 112㎡(32평). 이 아파트 전셋값은 1억2000만원으로 주택시세(1억4200만원)에 근접해 있다. 그는 "요즘같은 시기에 괜히 집을 매입했다간 원금 마저 까먹을 수 있어 전세를 고집하는 이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에서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방 광역시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비율은 67.4%로 수도권 40.7%에 비해 37%p 높다.

◇광주 아파트 전세금, 매매가의 75% 육박

특히 광주는 이 비율이 74.5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울산 69.95%, 대구 66.79%, 부산 63.83% 등의 전세 비율이 높다. 집값의 30~40%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이 높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주택 공급 과잉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방 광역시 대부분의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한다.

스피드뱅크 호남·제주지사 정여회 지사장은 "광주 일부 지역에선 배(집값)보다 배꼽(전셋값)이 더 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처럼 빚을 내 아파트를 분양 받기보다는 투자가치가 적어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공사와 지방공사가 양적 공급 중심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편 것도 빈 주택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매배 대비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은 또한 미분양 아파트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물량은 1월 기준 대구 2만1560가구, 부산 1만3882가구, 광주 1만2395가구로 모두 1만가구가 넘는다.


미분양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건설업체 부도도 이어지고 있다. 1.2차 신용도 평가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을 받은 광주전남 소재 건설업체인 삼능건설 등 3개사는 지난달말 광주지법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지방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해야"

이처럼 공급이 넘치는데도 지방 도시에선 여전히 수도권 방식의 주택공급 및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진행, 수요자가 없는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지방도시에 대한 주택정책을 수도권과 차별화해야 하며, 주택재정비 사업 역시 수도권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지방의 주택재정비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적정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하며, 지역 주택시장 및 자연환경을 고려한 비(非)아파트 상품의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미분양이 불가피한 지방 도시 외곽의 공공택지는 적정 활용 방안을 모색, 도심에 이어 도시외곽까지 공동화되는 지역 침체를 방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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