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하이 메리트? 하이 리스크?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9.04.07 08:26

[머니위크]박영암의 여의도 리포트

1월 중순 6430원을 저점으로 욱일승천하던 하이닉스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날아 왔다. 3월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상장된 달러 표시 5년 만기 채권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가 18.80%에서 26.79%로 7.99%(42.5%)포인트 급등한 것.

하루 밤새 CDS 금리가 42%나 뛰자 시장참가자들은 잔뜩 긴장했다. 가뜩이나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하이닉스에 새로운 유동성 악재가 발생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감은 주가하락을 가져왔다. 3월25일 코스피시장에서 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 때 9810원(-5.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전날 CDS 금리 급등은 하이닉스 채권의 특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이닉스 CDS 금리는 올 들어 하향 추세를 그리고 있으며 이번 급등은 CDS 거래량이 적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베타 종목…D램 가격 상승 시 주가 상승탄력 크다"

회사측의 이 같은 해명에 힘을 실어준 것이 바로 3월26일 배포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의 보고서. 씨티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D램 가격 회복이 재무위험을 상쇄하고 있다"며 "목표주가 2만4000원에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씨티증권의 공격적인 목표가 상향 논거는 크게 세가지. 먼저 1분기 D램 업황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출하량 감소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게 씨티증권의 분석이다. 씨티증권은 올 1분기 -15%(D램)와 -18%(낸드플래시) 출하량 감소를 점쳤다. 하지만 실제로는 -7%와 -9% 그쳤다는 게 씨티증권의 분석이다. 씨티증권은 "이것은 하이닉스의 재고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분석은 2분기 이후 D램 가격에 대한 상승 전망으로 이어진다. 즉 일본 대만 독일 등 고비용에 시달리는 업체들의 잇단 생산포기로 2분기 이후 D램 부족현상이 예상된다는 것. 글로벌 경기침체로 현저한 수요증가는 기대할 수 없지만 공급감소에 따른 D램 가격 반등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D램 가격은 바닥권을 탈출하는 모습이다. 대만 D램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 익스체인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1기가비트 DDR2 현물가격은 1달러를 돌파했다. 2월 중순 1달러를 넘어섰다가 재차 하락한 후 한달보름만의 반등이다.

영업 레버리지가 큰 하이닉스의 사업특성도 주가에 호재라고 씨티증권은 강조한다. 즉 D램 가격의 상승보다 영업이익과 ROE(자기자본이익률)의 개선속도가 빨라 주가반등 탄력도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근거해 씨티증권은 올해 하이닉스의 실적, 특히 영업이익을 시장 컨센서스보다 공격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씨티증권의 올해 하이닉스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6조6690억원과 2780억원. 반면 시장 컨센서스는 6조64억원과 -6369억원이다.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9000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추가 자금조달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전망도 하이닉스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으로 꼽힌다. 씨티증권은 올해 2780억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반기 유상증자, 회사채, 은행차입 등을 통한 추가자금조달규모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3월26일 하이닉스 주가는 곧 바로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전일(25일)보다 1500원(14.71%) 오른 1만1700원에 마감한 것. 지난 1월28일 이후 두달여만의 상한가다. 시가총액도 6조796억원으로 6조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모 투자자문사 대표는 씨티증권 보고서에 대해 "글로벌 경기회복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2만4000원의 목표가는 과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D램 가격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기 때문에 신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유동성 랠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삼성전자보다 고평가된 하이닉스는 현 주가에서 차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 가격 상승 장담어렵다…차익실현 하라"

실제로 하이닉스가 3월27일 장중 1만3250원까지 상승하자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급등했다"며 차익실현을 주장하는 보고서들이 잇따랐다.

4월1일 하이투자증권은 하이닉스에 대해 D램 업황 회복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는 1만2000원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D램 업황의 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이닉스 주가는 업황개선을 너무 빠르게 반영한 상태"라며 "하이닉스의 PBR(주당순자산가치배율)는 현재 1.87배인데 이는 삼성전자(1.66배)보다도 높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의 자산가치를 삼성전자보다 높게 평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최근 D램 현물가격 상승은 실수요 개선이 아닌 루머와 투기적 가수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차익실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모건스탠리는 3월 하순 보고서에서 목표주가 6500원에 비해 하이닉스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며 즉각 매도하라고 조언했다. 하이닉스 주가 급등을 가져온 D램 가격 상승이 2분기 하락반전하면서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하반기 D램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5% 이상 재차 하락할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입장이다.

골드만삭스도 3월27일자 보고서에서 "하이닉스 주가 급등을 가져왔던 D램 가격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며 "삼성전자보다 고평가된 하이닉스를 차익실현 하라"고 권했다.

골드만삭스는 "하이닉스의 주력인 D램 가격은 1.1달러가 고점이 될 것"이라며 "추가 상승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이닉스의 이익 개선도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이닉스의 PBR이 2.0배이기 때문에 1.7배로 추정되는 삼성전자가 더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의 목표가는 6000원을 제시했다.

UBS증권도 매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3월 중순 보고서에서 "올해 안에 최대 9000만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하이닉스의 보유 현금이 3분기 중에 고갈될 것"이라고 재무적 우려감을 나타냈다.

또한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 D램 가격 상승이 대만업체의 구조조정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하반기에 하락반전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하이닉스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목표가격은 6200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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