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공립대학 거듭나야 한다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학 교수 | 2009.04.02 12:04
최근 서울대 법인화위원회가 총장직선제 폐지와 교수 연봉제 실시를 내용으로 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잊혀 지다시피 했던 대학개혁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와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향후 이 개혁안이 확정되고 실시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개혁안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다면, 그동안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변화보다는 안정만을 추구해온 많은 지방 국공립대학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의 개혁안 발표는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제고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법인화의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변화를 거부하는 대학풍토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수들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교수들은 법인화가 이루어지면 신분상의 변화와 함께 그동안 누려왔던 많은 기득권들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피할 수만은 없다. 이제 법인화는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 수용하고 대처하는 길밖에는 없다.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일본의 경우도 처음에는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이를 무릅쓰고 1990년대 중반부터 법인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입법절차를 거쳐 마침내 2004년에 국립대학 법인화 작업을 완료하였다. 그 결과 지금 도쿄대를 비롯해 다수의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우리보다 늦게 법인화작업에 착수하였음에도 법인화를 완성시키고 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이미 일본 대학들은 법인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높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풍토도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도 법인화를 이룩하고 이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 대학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였던 그릇된 대학풍토부터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거론된 총장직선제 폐지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총장직선제는 비록 민주화의 산물로 얻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이는 그동안 대학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왔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총장선거 과정을 들여다보면 동문회, 향우회, 골프모임, 술자리 등 각종 모임을 통한 선거운동은 물론 보직약속, 금품수수, 향응제공 그리고 심지어 흑색선전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의 타락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학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의 개선을 위한 대책수립은 구호에 그칠 뿐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기 일쑤다. 때문에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대학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교수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 때문에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이러한 우리의 총장선거 행태는 대내외 적으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히 '한국 대학의 총장 직선제는 마치 프로축구팀의 감독을 선수들 중에서 뽑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새삼 와 닿는다.

민주화가 가장 발달되어 있다는 미국의 경우도 이렇게 직선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최근 보도된 바 있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대학의 경우만 보더라도 많은 후보자들 가운데 대학발전을 위한 비전과 능력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한국인 김용 교수가 새 총장으로 뽑혔다고 한다. 정말로 본 받을만한 일이다.

그리고 실적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한다는 연봉제의 실시 또한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대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명목상 성과급이 실시되어 왔지만 실적과의 상관성보다는 배분의 균등성이 더 강조되어 실질적인 차등지급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수년간 논문 한편 안 써도 불이익을 거의 받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연봉제의 실시로 평등논리보다는 경쟁논리가 우선하는 대학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모쪼록 이번 서울대 개혁안 발표를 계기로 우리 대학들이 건전한 대학풍토 조성과 함께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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