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잃은 전직 대변인, '블로그'에서 말하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9.04.01 16:17

대변인 출신 우상호·최재천 전 의원, 블로그 통해 촌철살인 정치비평

↑우상호 전 의원의 블로그 '우상호의 정치브리핑'(위)과 최재천 전 의원의 블로그 '최재천의 솥단지정치'.

대변인 출신의 두 전직 국회의원이 파워블로거로 변신했다. 나란히 17대 국회에 입성, 오랜 기간 입담 좋은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우상호·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배지를 잃고 더이상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전직' 신세가 됐지만 대신 블로그에서 연일 날카로운 브리핑과 논평을 쏟아내며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대변인 시절엔 당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표현을 다듬었지만 지금은 블로그 특유의 구성진 문장과 정치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직 정치인의 무게를 덜어낸 대신 정치에 대한 깊고 다양한 식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다.

우 전 의원은 '정치브리핑'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색다른 시각으로 정치 현안을 해설하고 자신의 체험담을 통해 글에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1일에는 '검은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돈을 쓰는지 분석한 '정치인은 어디에 돈을 쓸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우 전 의원은 정치인이 돈을 쓰는 스타일이 크게 세가지라고 설명했다. 우선 본인이 쓰지 않고 후배 정치인이나 당직자에게 전달하는 '정거장형'이 있다. 둘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눠 쓰는 '분배형'이다. '분배형'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어려운 생활을 했던 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문제는 정치 자금을 받아서 부동산을 사거나 혼자 묻어두는 '김장독형'이다. 우 전 의원은 "이들은 정치세계에서도 배척받고 감옥을 가도 동정 여론이 별로 없다"고 촌평을 달았다.

우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에도 정치인과 돈을 주제로 글을 풀어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일 정치권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탓이다.

우 전 의원은 '정치인에게 돈 주는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태수 한보철강 회장의 정치인 로비에 얽힌 '뒷담화'를 풀어놨다. 우 전 의원은 "정 회장은 정치인으로 하여금 돈에 영혼을 팔도록 만드는 귀재로 돈을 주는 기술로는 역대 최고로 뽑힌다"고 지적했다.


우 전 의원은 흥미 위주로 글을 풀어가면서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곁들인다. 우 전 의원은 이 글 말미에서 "집권 후 1년 이상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세력 욕보이기에 전념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식 국민통합이며 한나라당식 경제살리기인가 개탄하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직 대변인 시절 논평을 기억하게 하는 글귀다.

최 전 의원이 운영하는 블로그 '솥단지정치'는 다채로운 면이 있다. 이 블로그는 신문기사들을 통해 색다른 관점의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생활정치일기'를 비롯해 '독서일기' '신변일기' '글말정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실정치를 입체적으로 분석, 비평하는 '시사큐비즘'이다. 이 코너는 한 인터넷매체의 블로그에서도 별도 운영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에 '이재오의 '공항정치'는 성공했나'라는 글을 올려 한 거물급 정치인이 이중적인 태도로 보여주기식 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9일 지지자들의 환영행사 없이 귀국하면서 "공항정치의 구태를 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 '티저광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

최 전 의원은 "조용히 들어왔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 성공했다는 정치적 의도를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재오식 '공항정치'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귀국 일자와 권력관계 재편에 대한 추측기사를 끊임없이 생산케 했다"며 "이재오식 공항정치를 굳이 정치캠페인에 비유하자면 '티저광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 대표팀이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오찬에 '끌려간' 일을 지적하며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를 되짚어 본 흥미로운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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