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크라이슬러, 파산하면 어떻게 되나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9.04.01 14:26

美 경제 전반에 타격…CNN "다른 산업과 다르다"

미국 자동차회사의 '파산'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파산할 경우 파급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를 파산시키는 것을 자동차 업계 회생 최선책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GM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프리츠 헨더슨도 "차라리 파산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CNN머니는 "자동차 빅 3의 파산은 항공사나 소매업체 등의 파산과는 분명 다르다"면서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한다면 이는 미국인들에게 뜻밖의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회사 파산의 파장은 자동차업계 노동자, 판매상, 부품업체, 대출기관 등 관련자들은 물론 소비자와 납세자인 국민 등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CNN은 지적했다.

◇ 소비자들 = 미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 신차 보증을 서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GM과 크라이슬러는 신차를 구입한 고객이 직장을 잃을 경우 할부금을 대신 내주는 판매전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올초 현대차가 선보인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이미 구입한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려는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니다.

또 이들이 파산할 경우 신차 공급이 급격히 줄어 새 차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CNN머니는 "신차 수요가 26년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지만 GM과 크라이슬러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신차 공급은 금세 고갈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 한 대당 평균 3169달러 정도 환급되는 캐시백서비스 및 인센티브 등도 철회된다.

에드먼즈닷컴의 Jesse Toprak 애널리스트는 "GM과 크라이슬러가 문 닫으면 향후 1~2년내 차 한 대당 평균 인센티브가 1000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회사 직원들 = 일반적으로 자동차회사가 파산하면 회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 간의 계약이 무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그러나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전했다.

파산한 회사가 노조와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다른 어떤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게 파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파산 절차를 밟은 자동차회사인 델피는 회사가 파산한 뒤 UAW와 새로운 계약을 맺는 데 21개월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파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구조조정안에 대해 UAW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 판매상들 = 자동차 회사가 파산할 경우 판매상(딜러)들과 관계를 끊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GM은 자동차 브랜드인 올즈모빌(Oldsmobile)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딜러들과 계약을 파기하는 데 10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아예 파산할 경우 계약을 파기하기는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딜러들이 재고 차량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조달하는 게 문제다.

GM의 금융자회사였던 GMAC과 같은 대출기관이 GM이 파산한 뒤에도 딜러들에게 계속 자금을 빌려줄 지는 미지수다.

미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GMAC은 이미 정부 보조금 60억 달러를 받았다. 크라이슬러의 금융 계열사는 15억 달러의 정부 자금을 지원 받았다.

◇ 車 부품업체들 = GM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품 납품업체들에 220억 달러의 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70억 달러에 이른다.

미 정부는 이번달 부품업체 등 자동차업계에 50억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 지원 대상은 GM과 크라이슬러가 생산을 계속하는 데 꼭 필요한 일부 부품업체에 국한됐다.


뉴욕 한 로펌의 파산전문가인 헤이디 소르비노는 "자동차 대기업이 파산할 경우 이는 분명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자들 = GM은 270억 달러 규모의 무담보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수년전 GM이 수익을 내고 있을 때 발행한 것이다. 이 채권들은 현재 거의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70억 달러 규모의 무담보 대출을 갖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뮤추얼펀드, 연기금,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파산은 투자자들의 자산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펀드 투자자들을 포함한 GM 주식의 투자자들은 지난해 자산 대부분이 증발됐다. GM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90% 폭락했다. 그 나마도 파산할 경우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주식은 비상장 주식으로, 서버러스캐피탈의 헤지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 미국의 납세자들 = GM과 크라이슬러를 파산시키면 구제금융 자금이 더이상 안 들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파산할 경우 들어갈 세금은 GM과 크라이슬러가 요청한 구제자금 216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GM은 빠른 파산 처리를 위해 450억 달러의 연방 정부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크라이슬러는 구체적인 파산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지만 4월까지 피아트와 합병을 완료하지 못하면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공장 폐쇄 등을 마치기 위해 향후 24~30개월간 240억 달러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1% 깍아내렸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경우 그 결과 예측불허다.

◇ 진짜 파산시키나 = 오바마 대통령은 GM과 크라이슬러에 최후 통첩을 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완수하지 못할 경우 파산시킬 수 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GM과 크라이슬러 파산이 자동차업계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크라이슬러의 파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 제휴에 성공하지 못하면 분할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GM의 헨더슨 신임 CEO도 이날 "파산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파산만큼은 안된다고 주장하던 전임 릭 왜고너 CEO와는 180도 다른 태도다.

◇ 빅3 파산, '어부지리' 또는 '물귀신' = 미국 자동차 빅3의 파산은 미국내 후발 자동차업체와 한국 일본 등 경쟁사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경우 공급 부족으로 미국내 신차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이 때 한국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 등 경쟁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올들어 GM과 포드의 신차 판매량은 각각 51%, 41% 급감했지만 현대차는 판매가 5% 증가했다.

반면 부품업체가 줄도산 하면서 업계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의 톰 퍼브스 CEO는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이 전 자동차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퍼브스 CEO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회사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상호의존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GM· 크라이슬러와 같은 회사의 파산은 다른 업체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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