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싶으면 당장 그만둬라

매튜 로저스 SKK GSB 교수 | 2009.04.04 10:44

[MBA지상특강]5회. 프로젝트 중도포기가 힘든 이유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MBA 지상특강'을 20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마케팅, 재무, 인적 자원관리 등 최신 MBA 트렌드를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쇼어햄 원자력 발전소는 완공 후 뉴욕 시 인근 지역의 전력 공급을 책임질 것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주관사인 롱 아일랜드 전력 회사는 7500만 달러의 비용으로 5년 정도면 완공할 것이라 추산했다. 그러나 25년 후, 상용 전력 발전은커녕 60억 달러의 청구서만을 남긴 채 공사가 중단되었다.

발전소 건설이 엄청난 돈 낭비이며 순조로운 진척이 어려울 것이라는 조짐들이 속속 나타났지만, 롱 아일랜드 전력회사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왜 건설을 조기에 중단하고 손해액을 줄이지 않았을까? 그 해답은 몰입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 불리는 의사 결정 오류로부터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향후 잠재적으로 얻을 성과 보다 이미 투자한 것을 더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몰입 상승 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해보자. 공사비용이 높은데다, 환불 불가한 계약금 3000만 원을 선불로 내야 했다. 그런데 계약 후 3달간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인부들의 작업 품질은 조악하고 업체 역량도 기대에 현격히 못 미쳤다.

이 경우 향후 2달간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현 업체에 4000만 원을 추가로 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아니면 새 업체와 계약을 맺고 3달 동안 7000만 원을 들여 공사를 끝내는 것이 나을까?

논리적으로는 새로운 업체를 고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현 업체의 수준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사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투자한 돈이 걸려 있기에, 여러분은 새로운 업체와 리모델링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렇듯 현 계약 업체와 공사를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몰입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이 일화가 낯설지 않다면, 여러분도 몰입 상승을 겪은 것이다. 지금부터는 몰입 상승으로 손해를 본 기업의 예를 몇 가지 들고자 한다.

▷식품 업체 퀘이커 오츠(Quaker Oats)는 17억 달러를 들여 인기 가도를 달리던 음료 제조 업체 스내플(Snapple)을 매입하였다. 사실 스내플은 퀘이커에 적합한 인수 대상이 아니었으며,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퀘이커는 스내플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제품 홍보에 4000만 달러를 투입하기 까지 했다. 스내플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르자 퀘이커는 14억 달러의 손해를 지고 3억 달러에 매각하게 되었다.


▷생명공학 기업인 세라겐(Seragen)이 개발 중이었던 항암제는 전망이 밝아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보스턴 대학 총장을 역임했던 한 투자자가 세라겐에 16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후에도 이 투자자는 주식 환매를 거부하였고, 손해를 감수하기보다 원금을 회복할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았다. 그렇게 6년이 지나자, 160만 달러에 달하던 투자금액은 43000 달러가 되고 말았다.

▷벤처 투자 기업인 카난 파트너즈(Canaan Partners)는 전도 유망한 신생 기업 이스템프(E-Stamps)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이스템프는 인터넷을 활용, 중소기업에 우표를 판매하려는 사업 계획을 갖고 있었다. 미국 내 4600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삼았기에 회사 전망은 밝아 보였고, 이스탬프의 주가는 주당 4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탬프는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혔고, 뜻밖의 소송에 휘말렸으며, 치열한 경쟁에 부딪혔다.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전망도 어두워졌다. 자금을 회수하고 손해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지만, 카난파트너즈는 좀 더 관망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스탬프의 주가는 20센트까지 폭락하였고, 카난파트너즈가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멀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몰입 상승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지는 않지만, 성과가 저조한 프로젝트의 진행과 철수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서 도움이 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프로젝트의 시간과 재정적인 한계선을 정하라. 상황이 악화되어 프로젝트 중도 철수를 고려해야 할 때 상기 한계선이 경고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선이 없다면 추가적인 자원 투입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합리적인 한계선을 정해서 현명하게 시작하라.

둘째, 프로젝트를 지속할지 종결할지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구하라. 프로젝트의 지속 가치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제공해줄 수 있으면서도, 프로젝트의 종결이나 지속과 관련하여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찾으라. 프로젝트에 금전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은 몰입 상승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중립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몰입 상승 결정에 이미 사로잡혀있다면, 중립적이며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극히 어렵다. 몰입 상승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해당 프로젝트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련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몰입 상승의 압력을 인정하라. 이미 투자한 금액은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순조로이 진행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투자를 늘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는 것을 유념하라. 혹시 몰입 상승 상황에 빠져들고 있지 않는가 자문하라. 냉철한 현실 인식이야 말로 몰입 상승을 막아 줄 강력한 도구이다.

요즘과 같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절약은 소중한 미덕이며,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분야에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은 지지부진한 프로젝트에서 선뜻 손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그 결과 값진 시간과 노력, 자원이 낭비될 뿐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몰입상승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 중도 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