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원은 사람뿐..친환경으로 옛도시 살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3.31 14:55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3-3> 에카르트 뷔르츠너 獨하이델베르크 시장 인터뷰

편집자주 | 이해관계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각자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 없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와 환경파괴는 우리나라의 시장 축소와 기후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해결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009년 쿨머니 연중 캠페인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How)'를 통해 지구촌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그 노하우를 전한다.

"하이델베르크는 전통적인 산업기반은 취약하지만 유서 깊은 대학의 연구진 등 인적자본이 우수합니다. 하이델베르크는 이런 장점을 살려 어느 지역보다도 먼저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고풍스런 도시가 미래를 지향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기까지 시민들의 지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에카르트 뷔르츠너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장(48, 사진)은 하이델베르크가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뷔르츠너 시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기업협의회(KBCSD) 정기총회'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다. 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자리하고 있고 칸트와 헤겔이 산책했던 '철학자의 길'이 있는 전통과 문화, 교육의 도시다.

최근 이 도시는 친환경ㆍ지속가능 도시의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정부가 주는 '환경 수도(首都)상'을 받았고 앞서 2002년과 2006년에는 '유럽연합(EU) 지속가능도시상'을 받았다.

하이델베르크는 이미 1994년에 가정용 건물과 상업용 건물, 기업 사업장, 학교, 관공서 등이 소비하는 에너지원과 물 등 자원의 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분석된 자료는 공무원과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체에서 논의해 환경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 회의체에서는 노후 설비 교체, 청정에너지 설비 도입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속속 실행에 옮겼다.

학교가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생긴 여유 자금은 교육재정 확충과 학생 복리증진에 썼다. 시립 동물원은 시설 내 오물과 동물의 분뇨를 발효시켜 얻은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했다.


시내 곳곳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설비와 지하수의 열을 건물 냉난방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지역 내 중소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과 청정에너지 설비를 도입할 때 드는 비용 등을 고민하면 시에서 무료로 환경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뷔르츠너 시장은 "다른 도시보다 산업기반이 열악하다는 단점을 기회로 살리기 위해 각계의 지식을 최대한 동원했다"며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해 현재와 같은 친환경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학·기계·제철로 유명한 루르 공업지대와 달리 하이델베르크는 산업기반이 취약했지만 고급지식을 보유한 인적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친환경 도시로 빨리 탈바꿈할 수 있었다.

뷔르츠너 시장은 "노후설비를 바꾸든 신식 설비를 도입하든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지역 내 기업들도 그간 새로운 시장을 신속하게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왔기 때문에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도 기존 일자리 수를 줄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여년의 경험을 통해 개개 시민과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으로 얻은 비용을 신사업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역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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