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레드카펫의 죽은 여배우를 보면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 2009.03.30 12:43
왼쪽 어깨를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레드카펫의 죽은 여배우 사진을 보면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가, 아니면 그녀의 성적 매력 포인트가 뭔지부터 찾는가. 주변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모두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같은 대답만 했다.

구글이나 야후 같은 해외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말은 뭘까. '섹스'다. 미국의 포르노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구글이나 야후 MSN 등 주요 포털 방문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몇 배 많다.
 
한국에선 네이버나 다음에서 섹스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려면 성인 인증부터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가 없다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훨씬 더할 것이다.
 
한국엔 이런 통계가 없지만 미국의 경우 정기적으로 포르노 인터넷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4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야구를 보는 사람보다 10배 많은
수치다. 미국 국민들의 최고 오락거리는 야구가 아니고 포르노다. 미국의 포르노산업이 벌어들인 돈은 메이저리그 야구, 미식축구, 농구의 수입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적으로 보면 섹스산업의 규모는 연간 810억달러에 달하고, 인터넷 검색 중에서 포르노사이트를 찾는 경우가 25%라는 주장도 있다. '마이크로트렌드'의 저자 마크 펜의 주장처럼 섹스와 포르노는 세계에서 가장 크면서 가장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성적 향응을 받았다 해서 문제가 됐지만 안마시술소와 룸살롱 퇴폐이발소 등 온갖 형태의 홍등가와 매매춘업소는 인생낙오자나 섹스 탐닉자들만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의 삶과 놀랄 만큼 가깝게 있고, 이미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다.
 

전현직 대통령들도 하지 못한 정계개편까지 할 것 같은 엄청난 폭발력의 '박연차'가 '장자연'에게 감히 대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설명이 된다.

한국의 신문과 방송이 죽은 여배우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론은 생리상 그들의 고객이 뭘 궁금해 하는지, 뭘 원하는지 귀신같이 안다. 1면 톱뉴스로, 저녁 헤드라인 뉴스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소환되는 정치인들을 다루지만 진짜 관심은 죽은 여배우에게 가 있다. 체면 같은 것 버리고 속살을 보여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 보면 온통 죽은 여배우로 도배돼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경찰이나 검찰 주변, 증권가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서슴없이 인용하고 기사화한다. 이 기사 밑에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실명이 댓글로 붙고 메신저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결과적으로 인격살인이다.

신문과 방송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재료로도 죽은 여배우를 열심히 활용한다. 촛불시위 이후 이념적으로는 물론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도 양쪽은 모두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이런 차에 여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재료는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언론사 가운데 적정 순익을 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가 정상적으로 이익을 거두고 세금을 내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취급된다.
 
불황을 타지 않는 포르노의 힘을 빌려서라도 고단한 시절을 살아남으려는 처절한 노력이 눈물겹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