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무, 차라리 주말에 허하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3.30 09:31

"은행 영업시간 앞당기지 말고 차라리 주말에 문 열어주세요"

오는 4월1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이 30분 앞당겨질 예정인 가운데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을 무시하고 은행원의 편의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일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국내 시중은행들의 영업시간은 '오전9시~오후4시'로 변경된다. 그동안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4시30분에 문을 닫던 것을 30분 앞당긴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제도를 '은행 편의주의'라는 주장이다. 은행들이 오후 4시30분에 문을 닫았을 때도 은행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는데 폐점시간을 앞당기면 은행 이용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비판을 하고 있다.

필명 'jcalm2'는 다음 아고라에 '은행 영업시간 변경에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을 했다. 그는 "아침 9시에 문 연다고 해서 은행 업무 볼 사람이 더 많진 않을 것"이라며 "이건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문 닫고 나서 사람들한테 수수료나 떼 먹으려고 하는 속셈이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영업시간 앞당기고 싶으면 출근 시간 전에 은행 업무 보게 아침7시에 문을 열어야 한다"며 "아니면 마감시간을 오후 6시로 늦춰야 고객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은행 문 일찍 닫는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기 위해 '더 일찍 고객님을 찾아뵙겠다'는 식으로 9시 개점을 광고하던데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며 "직장에 다니는 대다수 고객들을 위해 토요일 오전에 문 여는 지점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직원들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문 닫는 시간을 앞당겼다는 입장이다. 오후 4시30분에 은행 문 닫아도 대다수 행원들의 퇴근시간은 밤 10시를 훨씬 넘기고 있어 직원들의 건강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너무 늦다보니 노조에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꾸자고 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를 생각해 은행 개·폐점 시간만 30분 앞당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은행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마감시간이 앞당겨져도 퇴근 시간은 별 차이 없을 것이란 불만이다. 외환은행 OO지점 박근철(32세, 가명)씨는 "고객들이 다녀간 이후 셔터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현실에선 30분 앞당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며 "출근시간만 앞당겨져 더욱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여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다. 출근 시간이 앞당겨져 아이를 맡기거나 할 때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 하나은행 OO지점 이진희(31세, 가명)씨는 "아침마다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출근했는데 출근시간이 앞당겨지면 아이 맡기기가 애매해 진다"며 "이번 업무시간 변경은 전혀 직원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