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대 진입할까

바닥 아니지만 단기낙폭 과대… 기술적 반등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지난 1월14일(1347.5원) 이후 1개월반 만에 135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주(23~27일) 환율이 63.5원 하락한 데 힘입은 결과다. 이달초 장중 한때 1600원선을 위협하던 환율은 지난 6일 이후 계속된 하락세에 1300원선 하향 돌파를 노리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환율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중에도 1400원선과 1380원선에 저가매수세가 몰려 '눈치보기' 장세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결국 달러매도세가 더 큰 힘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25일 장 마감 전 10분간 쏟아진 '매도폭탄'은 1380원 지지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이날 오후 2시50분부터 10분 동안 20원 가까이 급락했고 이를 계기로 계속된 하락세에 27일 장중 한때 환율은 1308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 최근 1개월 원/달러 환율 추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1400원선 하향 돌파 여부에 쏠렸던 시장의 관심은 어느덧 '언제 1200원대로 내려갈까'로 넘어갔다. 시장참가자들은 환율 하향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반발 매수심리도 만만치 않아 1200원대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아직 달러매도 물량이 남아 있고 환율 하락 추세가 워낙 강해 언제 하락세가 재개될지 모른다"면서도 "지금 팔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심리가 남아 있어서 당분간 1300원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외환딜러는 "네고물량도 남아 있고 환율 급락에 미처 처분하지 못한 달러물량도 있어서 1300원을 바닥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문제는 지난주 60원 넘게 하락하는 등 단기 낙폭이 심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딜러는 "최근 원화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의 기술적 반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1300원선 하향 돌파를 위한 재료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과 코스피지수 상승, 국내은행들의 안정적인 달러 조달 등이 지목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보다 안정되는 신호가 나타나야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금융시장 안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는 등의 변수가 1200원대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기설 때문에 급등하던 환율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 상태기 때문에 추가 하락을 위해서는 국내은행의 안정적인 달러화 확보 및 조선사 수주 취소의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물량'도 이번주 환율 하락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포스코는 지난 20일 7억달러 규모의 외채를 발행했다. 이중 약 4억달러가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포스코 물량은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번주에 이 물량의 일부가 환전된다면 환율 하락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포스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분이라도 나온다면 심리적으로 하락압력을 줄 것"이라며 "하락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