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금값 온스당 2500달러 간다." 최근 UBS의 보고서는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금의 전성시대를 전망하기도 했다. 달러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 불안한 투자자들은 금을 사기 위해 달러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은 역시 주목의 대상이다. 장기적으로 은값 상승률이 금값 상승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 투자에 관한 문의도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가격의 변동성이 크고 원/달러 환율로 인해 국제 가격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인플레 공포 휩쓸면 금값 더 오를 것"
"금, 지금 사도될까?" "이미 현기증 나도록 급등했는데 상투 아닐까?"
최근 급상승한 금값의 부담에 불구하고 여전히 금 투자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금값 지금이 고점인가, 아직도 상승 여력이 높을까? 최적의 투자방법은?
인플레 공포로 황금에 베팅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요 시중은행 전문가 4인으로부터 금 투자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자산 분산의 효과는 분명 있다. 그러나 금 투자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도 투자에 좋은 시기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투자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황재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
"환율이 안정됐을 때 들어가라. 환율과 금 가격이 동시에 춤출 때의 투자는 환율에 베팅하는 투기에 다름없다." (황우용 기업은행 상품기획부 차장)
"지금은 금 투자에 들어갈 때가 아니다. 원/달러 환율 때문에 앉아서 손실 볼 수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팀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값 자체보다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더욱 주시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금값이 '1돈에 20만원'까지 치달았던 것은 종전까지 '달러의 이상적인 고(高)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우용 기업은행 상품기획부 차장은 "얼마 전까지 국제 금값이 뛴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로 인해 2~3배 더 뛴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3월9일과 26일의 금 가격은 각각 온스당 938달러와 936달러. 온스당 2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금 가격의 추이는 딴판이다. 9일 약 4만6778원에 거래되던 금값은 26일 4만200원으로 6500원이 넘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약 1550원에서 환율은 1336원으로 급락한 영향이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기에는 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황재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만일 국제 금 가격이 지금보다 20% 오른다고 해도 환율이 10% 정도 떨어진다면, 국내 금 투자자들의 수익은 8%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달러 하락의 리스크를 피하면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선물환 약정이다. 황재호 과장은 "선물환 약정은 달러를 언제(특정일) 얼마(특정 가격)에 거래할 것인지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것"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투자자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근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금값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시 1000달러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엔 대체로 동의했다. 황우용 차장은 "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금값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값 온스당 2500달러' 가능성에도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전통적으로 금 가격과 반비례하는 달러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금값은 크게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가장 알맞은 금 투자 방법은 무엇일까?
황재호 과장은 "기본적으로는 2~3년 이상 장기 분할 매수하되, 최근 급변하는 장세를 활용한 단기적 매매차익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하고, 예약매매와 반복매매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골드테크'(신한은행) 같은 상품을 활용해보라는 설명이다.
황우용 차장은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무엇보다 분산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적립식계좌를 활용한 투자시기의 분산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응 팀장은 "금 가격과 환율의 변동을 주시하다가 방향성이 굳어지면 금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금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10~20%. 금이 최근 안전자산에서 투자자산으로 성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은, 금보다 가격 변동성 더 커"
"뛰는 金 위에 나는 銀이 있다(?)"
은값 상승률이 금값 못지않은 상황. 그러나 금에 비해 은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제적 금은 투자 전문회사인 골드&실버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금과 은의 가격비율은 1980년대 까지도 15대 1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이 비율이 70대 1까지 벌어졌다.
이에 발빠른 투자자들이 은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은은 금과 달리 투자 방법이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는 제약이 있다.
우선 금은 시중은행을 통해 통장에 적립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지만, 은은 아직까지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개발에는 들어가지 못한 단계"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은수저나 은목걸이 등 실물을 사들여야 할까? 근래에는 1kg짜리 실버바(은괴)가 나왔다는 얘기도 돈다. 과연 그럴까?
3월26일 종로 귀금속상가. "은괴 있어요?"란 주문에 점원은 "지금은 없지만 주문하면 살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은괴를 찾은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히려 신기해한다.
은 투자가 금보다 더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
"금이 오른 만큼 은도 올랐잖아요." 귀금속 상가 점원들은 "금값이 비싸다고 은을 찾는 사람이 늘었을 것"이란 추측에 손사래를 쳤다. "차라리 이미테이션(모조품)을 찾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은 선물시장의 반응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유태원 삼성선물 금융선물팀 차장은 "현재 은의 상승 요인은 금의 대체수요란 점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선물 투자 시 증거금이 금(5400달러)보다 은(8100달러)이 오히려 높고, 가격 변동폭 또한 은이 크기 때문에 자칫 흐름을 잘못 잡으면 적잖은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