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레슨 필요없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9.03.27 12:03

[마음골프] 골프는 본질적으로 멘탈 스포츠

골프를 가르쳐보면, 2시간 정도만 가르치면 스크린 골프를 너끈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하루 정도 가르쳐야 되는 사람, 1주일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반면에 3개월 가르쳐도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30%정도의 사람은 2시간이면 되고, 30%는 하루가 걸리고, 30%는 1주일이면 된다. 나머지 10%가 3개월 지나도 어려운 사람들이다.

3개월이 지나도 어려운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운동에 천부적으로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중적으로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체력이 약해서 클럽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 워낙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서 골프를 할 만큼의 유연성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정적인 운동이어서 대단한 운동신경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몸치가 더 잘 할 수도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을 가르쳐 봤지만 정말 골프를 하기에 부적합한 몸치란 그네가 어려워서 잘 못 타겠다고 하는 정도의 비율에 불과하다.

물에 풍덩 뛰어들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듯 무작정 스크린 골프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 좋다. 신체 건강하고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발달해 있고 나름의 운동경험이 있는 사람 같으면 굳이 레슨이 필요 없다.

살아오면서 작대기 흔들고 휘두르는 골프 스윙 비슷한 운동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골프에 필요한 몇 가지의 몸동작을 보여주고 따라 하게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일반적인 운동 경험을 골프화시키기 만하면 된다.

그런 사람을 붙들고 그립이 어쩌니 셋업이 어쩌니 스윙이 어쩌니 동작이 어쩌니 하면서 분습법으로 세월을 허비하다 보면 생각만 복잡해지고 골프가 지루해져 버린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레슨은 필요 없다. 뻔히 아는 운동을 마치 처음 배우는 동작인 것처럼 설명하는 레슨도 필요 없다. 레슨이 골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같은 허위의식을 만들어서 결국 참여 장벽이 되고 있다.

얼기 설기나마 기본 동작을 만들어서 스크린 골프를 하면서 먼저 골프의 재미에 흠뻑 젖어보고 좀 더 잘 하고자 하는 내적인 욕구가 충만해 올 때 모자라는 부분이나 잘못되어 있는 부분을 조금씩 보완하고 수정해 가면 된다. 당구나 탁구가 그렇듯이 기술적으로 좀 미숙하거나 결함이 있다고 해서 골프라는 게임을 즐기지 못할 것이 없다.

골프라는 게임의 본질적인 어려움이면서 재미나 매력이기도 한 부분은 실은 멘탈이다. 육체운동으로서의 골프는 쉽고 멘탈게임으로서의 골프는 자기 수양의 정도를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적 운동으로서의 골프라는 벽에 가로막혀서 골프의 본질에 다가서지도 못하고 핵심을 정확히 보지도 못한다. 멘탈이 무너져서 생긴 미스 샷조차도 모두 몸 놀림을 교정하려 들고 기술로 해결하려고 덤비는 기존의 레슨이 그것을 조장하고 방조하고 있다.

그러니 육체운동을 되도록이면 빨리 배워서 하루라도 먼저 게임 속으로 성큼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골프의 본질적 고통과 재미에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크린 골프의 보급은 한국 골프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변화로 읽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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