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절충안', 정부-한은 손잡게 할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3.26 11:00

국회, 한은에 자료제출요구권과 '제한적' 금융조사권 부여 검토

-정부 "한은법 개정은 시기상조" vs 한은 "배신당했다"
-국회, 양쪽 달래는 절충안 마련
-한은의 CP와 회사채 매입을 보다 손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듯 하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의견이 맞서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한은 양쪽을 달래는 '절충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한은에 자료제출요구권과 '제한적' 금융조사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금감원과 공동조사를 먼저 거치도록 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역할을 확대해 금융시장 안정기능을 키우되 금감원과 공동보조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금감원에 한은의 '단독플레이'에 대한 견제 기능을 주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와 금감원 등 정부는 한은 설립목적에 물가안정 외 금융시장 안정기능 추가, 한은에 금융조사권 부여 등 한은법 개정에 대해 "장기 검토할 사안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현 제도를 통해서도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굳이 현 시점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한은 측은 이에 대해 "설득력 없는 논리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한은은 현재 공동검사요구권을 갖고 있는데, 사실상 사문화된 권리라고 주장한다. 또 은행에 대해서만 자료제출요구권을 갖고 있는데, 이나마 '통화신용에 관련된 사안'으로 제한돼 있다.


한은이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경우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실제 퇴짜놓는 사례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공동검사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한은 측은 연간 계획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감독은 특정 금융기관의 경영부실, 리스크 증대 등에 대한 선제대응에서 이뤄지는데 연간 검사 계획을 미리 세운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고 한은 측은 주장했다.

정부가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의 위상과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독립 중앙은행인 한은의 역할이 커질 경우 어떤 효과와 부작용을 낳을 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경우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 측은 "애초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밥그릇'을 움켜쥐기 위해 발을 빼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자본확충펀드 등 긴급한 사안에 대해 적극 협력했는데 "기껏 돌아온 것은 배신 뿐"이라는 불만이 한은 내부에 퍼져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에서 한은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지 않고, 재정부도 우리(금융위)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재정부는 지난달 작성한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에 대한 의견'이란 공식 문건에서 "현 시점에서 한은법 개정 추진시 소모적인 논쟁 및 기관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는 한은에 제공하는 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조항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제한됐던 한은의 유동성 지원방식을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심각한 통화수축기' 등 비상시에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보다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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