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판 '생명의 우물'에서 아이들이 웃는다

캄보디아=황국상 기자 | 2009.03.26 12:55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2-1>한국인들의 캄보디아 우물 지원현장

편집자주 | 이해관계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각자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 없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나라의 경제위기와 환경파괴는 우리나라의 시장 축소와 기후변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로운 해결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2009년 쿨머니 연중 캠페인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 하우(How)'를 통해 지구촌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그 노하우를 전한다.

↑ 지난 13일 캄보디아 캄폿주 타붕크라움 마을의 한 우물가에서 마을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예전엔 더러운 웅덩이 물을 생활용수로 썼던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환경재단-동남아시아연구센터가 지은 이 우물 덕에 건기에도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3월 중순 날씨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이 곳은 캄보디아 캄폿주(州) 프러펑 마을.

프러펑 마을엔 집집마다 앞 마당에 조그만 웅덩이가 있다. 웅덩이는 짙은 흙탕물이 고여 있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흙탕물엔 썩은 나뭇잎이 떠다니고 자세히 보면 가축의 털뭉치와 배설물도 눈에 띈다. 냄새도 고약하다.

캄보디아의 지역개발 비정부기구(NGO)인 '동남아시아 연구센터'(CSAS)의 라타낙(28)씨는 "이 지역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못 구하면 이 물을 항아리에 담아가 오물을 가라앉힌 뒤 마신다"고 말했다.

또 "5~11월 우기 때는 빗물을 항아리에 받아 마시고 12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땐 샘터나 사원에서 물을 떠다 마셔야 한다"며 "샘터 물은 퍼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잘 마른다"고 설명했다.

↑ 캄보디아 캄폿주 프러펑 마을의
츠레이 마우(오른쪽)과 츠레이 난
13살 소녀 츠레이 마우와 3살 어린 여동생 난을 만났다. 물통을 하나씩 들고 집에서 3㎞ 떨어진 샘터에 물 길러 가는 길이란다. 샘터가 말라 물을 구하지 못하면 더 멀리 있는 사원까지 걸어가야 한다. 자매가 학교에 갈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채 하루가 안된다.

이 마을 아이들은 학교 대신 산에 다닌다. 캄보디아는 고등학교까지 무상이니 학비가 없어 못 가는 게 아니다. 물이 없어서다. 부모들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물을 구하려 다닌다. 샘터나 사원에서 물을 떠오지 못하면 온 가족이 웅덩이의 더러운 물을 마셔야 한다.

종종 더러운 물을 마시다보니 이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질 같은 설사병치레에 시달리고 그러다보니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하다. 건강하지 못한 물이 몸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깨끗한 물, 아이들 체격까지 바꿨어요"=올해 이 마을에 우물이 생긴다. 20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쓸 공동우물이다. 마실 물이 부족해 고생하는 이 곳 주민들을 위해 한국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국내 NGO인 환경재단은 2006년부터 '생명의 우물 캠페인'을 펼쳤다. 이 모금에 37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약 3억원을 모았다.

황종철 동남아시아 연구센터(CSAS) 센터장을 비롯한 한국인 선교사 7명은 현지인 10여명과 함께 캄보디아, 몽골 등 물 부족 국가에서 우물이 필요한 지역을 찾아냈다. 이 결과 캄보디아 캄폿·타케오·시엔립 등 3개주에 124개, 몽골에 5개 우물을 만들기로 했다. 물 펌프도 설치한다. 이 중 한 곳이 캄폿주 타붕 크라움 마을이다.

↑ 캄보디아 캄폿주 농촌마을 곳곳엔 집집마다 앞 마당에 조그만 웅덩이가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때는 이 물을 떠서 항아리에 담아 건더기를 침전시킨 후 마신다. 이 때문에 설사병 등 수인성질병이 만연하고 있다.


지난 13일 크라움 마을에선 우물 완공식이 열렸다. 이 마을 주민 약 300명이 모였다. 아이들은 우물가에서 펌프로 퍼낸 물을 서로에게 끼얹으며 한없이 기쁜 듯 팔짝팔짝 뛰었다.


소웃 이어 캄폿주지사는 "우물이 보급된 마을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캄보디아가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재단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캄보디아를 도와주고 있는 만큼 우리도 가구당 작은 돈이나마 갹출해 우리만의 우물을 만들어보자"며 "촉 체이"를 외쳤다. 주민들도 저마다 "촉 체이"를 외치며 큰 박수를 보냈다. '촉 체이'는 힘내자, 한번 해보자는 뜻의 크메르어다.

우물사업의 성과는 몇달이 채 지나지 않아 금방 나타난다. 환경재단의 황 센터장은 "우물이 있는 마을의 아이들은 설사가 크게 줄어 다른 마을 아이들에 비해 키가 부쩍 큰다"며 "한 교장선생님은 놀라서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물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제 지구촌에 보은합시다"=아이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고 여자들이 가사노동 시간을 줄여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안정적 식수 공급은 필수적이다.

↑ 캄보디아 캄폿주 한 마을의 주민이 딸의 얼굴과 몸에 난 고름자국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축의 배설물과 진흙 등 오물이 뒤섞인 물을 생활용수로 쓴 탓이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안전한 물을 보급하는데 필요한 재정의 80% 이상을 해외원조, 특히 유니세프 등 해외 NGO에 의존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1인당 연 국민소득은 500달러선에 불과하다.

황 센터장은 "우물 하나 만들어주는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역량을 키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한국전쟁 후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주위의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제공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950년대 한국의 수도꼭지수는 100세대 당 1개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엔 장티푸스와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해 펌프 등 물 공급시설을 지구촌 다른 나라로부터 지원받아야 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촌엔 당시의 한국인들처럼 많은 이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해 병들고 있다.

환경재단은 올해도 캄보디아인을 위한 '생명의 우물' 캠페인을 이어간다. 모금은 유엔이 정한 '환경의 날'인 6월5일까지 환경재단 홈페이지(www.greenfund.org)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된다.

후원계좌(국민은행 813037-04-000372, 농협 013-01-296897, 예금주 환경재단)로 직접 입금해도 된다. 자세한 문의는 환경재단(02-2011-4300) 사무국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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