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랠리 '단명'하지 않는다"

배성민, 전병윤, 박성희 기자 | 2009.03.24 11:56

(종합)운용업계, 美훈풍 기댄 반등 아닌 낙폭과대 인식

-추세 상승 전환 "아직 이르다"

자산운용업계는 코스피 상승이 미국발 '훈풍'에 기댄 단기 랠리 차원이 아닌, 그간 국내 펀더멘털에 비해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다. 자산운용사는 코스피가 당분간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가운데 좀 더 상승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추세 상승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코스피 랠리 '단명'하지 않는다"

이원기 KB자산운용 대표는 24일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이 당초 우려했던 수준보다 개선되고 있다"며 "코스피의 이번 랠리는 적어도 현재보다 100~200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기준으로 적어도 1300중반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미국이 1조달러에 달하는 민관투자펀드(PPIF)를 조성해 은행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고 결정하자 다우지수가 폭등했지만, 코스피 상승은 반드시 미국발 호재 때문이 아니다"며 "그간 국내 경제에 비해 과도한 낙폭을 보인 코스피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는 두 달전 최악의 경기 상황에 따른 '공포'를 벗어나 생각보다 양호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어 상승 추세가 이전처럼 '단명'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글로벌 주식시장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는 등 외부환경도 우호적"이라며 "지난 몇 달간 지수가 오르다 고꾸라지던 상황이 이번엔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추세 상승은 하반기 경기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도 비슷한 견해다. 김 부사장은 "최근 코스피 반등은 미국의 금융 부실 대책이 구체적인 일정과 정부의 적극성을 일부 반영했지만 그것보다 과대 낙폭에 따른 인식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반등에 대해서도 부실대책 등 뉴스에 대한 반응보다 주가가 많이 빠졌던 측면에 대한 반발 심리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부실 대책에서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등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자산·부채 구조가 복잡해 다음달부터 시작될 세부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내 증시에 대해선 최근 상승세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경계감이 작용, 기관투자자도 추세 전환에 대해선 확신을 갖지 못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미국의 금융권 부실 처리방안이 시스템 우려가 해소됐다는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다"며 "시스템의 위기 단계가 해소되고 위기가 실물경제로 넘어온 상황이므로 개별 종목의 업황이나 실적 개선 여부 등을 확인하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좀 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본부장은 "미국이 민간 투자를 동참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부실자산 가격이 민간투자자의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방식이나 금융부실이 점점 드러나 자본 확충 부담이 더 커질 것에 대해선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에 놓여 있으며 최근 1000~1200선에서 움직인다고 봤다면 당분간 1100선이 하단으로 지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건설 등 낙폭 과대주 주목

업종에 대해선 경제위기가 팽배했을 때 낙폭이 과대했던 곳을 주목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원기 대표는 "금융과 건설주들이 그간 과도한 낙폭을 만회하면서 상승을 주도하고 중국 관련 소재주들도 주가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괜찮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이었을 때 고점을 찍었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주들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채원 부사장은 "시스템 위기가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전환을 확신하기 보다 개별 업종이나 종목 중심의 상향식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영일 본부장은 최근 금융주 반등에 대해 "그간 낙폭 과대를 회복하는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부실자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주가 과거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김 본부장의 시각이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주주가치를 희석시키지 않고 부실자산을 털어낼 수 있느냐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코스피 오르면 환매출회…영향은 적을 것"

펀드 수급과 관련, 코스피가 오르면 환매가 제법 나오겠지만 그 만큼 신규 자금이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봤다.

이원기 대표는 "손실이 커 환매하지 못했거나 이익실현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이 코스피 1400포인트 언저리에서 환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저금리로 은행예금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묶여있던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은 주식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 신규로 유입될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도 올해 주식매수를 늘릴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원 부사장은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지수 상승에 따라 펀드 환매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며 "거액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매수 재개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