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 봄날은 왔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3.23 16:19

환율, 위기설 비웃으며 1300원대로 내려서

지난 2일 1596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이 이른바 '3월 위기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1300원대로 내려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까지 13거래일만에 1300원대 후반에서 1600원 턱 밑까지 급등, 불안감을 조성하더니 이후 13거래일만에 다시 1300원대로 복귀하며 서울 외환시장에 봄의 조짐을 알렸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말보다 20.9원 내린 1391.6원으로 마감, 지난 19일에 이어 다시 13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 20일 뉴욕 증시 하락과 달러 강세 반전 등 대외 요인과 함께 월말 결제수요와 배당 역송금이라는 국내 수급 요인이 겹쳐 상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와 이로 인한 증시 상승으로 환율을 결국 하락 마감했다.

환율이 이달초까지 급등했던 주요 원인은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와 씨티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였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채 매입 발표로 인한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와 이달 한국의 대규모 무역흑자 전망으로 원/달러 환율은 급락세로 전환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의 3월 위기설 등으로 과도하게 올랐다가 미국의 국채 직매입과 글로벌 달러 약세 등으로 3월 위기설이 제기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또 "환율이 일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원화 강세 기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연 평균 환율을 1216원으로 제시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환율이 올 연말에 1150원으로 떨어지고 내년말에는 1000원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대외 수요 부진으로 국내 경제 회복세는 완만한 수준이겠지만 외화자금시장이 정상화되면서 환율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11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점을 들어 12개월 후 환율을 13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통계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월 원/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은 78.8로 조사대상 31개국 중 영국(74.4)과 멕시코(76.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이란 교역국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을 말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2월 실질실효환율은 77.41로 BIS 조사대상 52개국 중 아르헨티나(45.83)와 멕시코(75.27), 영국(75.45), 대만(76.11)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이 100 이상이면 해당국 통화가 기준시점 대비 고평가됐다는 뜻이고 100이하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외화 유동성도 점차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최근 7억달러의 외화차입에 성공했으며 일부 시중은행들은 외화차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600원대에 육박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서며 진화에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최근에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 '최소의 실탄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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