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 정치권 전방위 확대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9.03.22 04:10
'박연차 리스트'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검찰 수사가 막을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1일 새벽 검찰에 전격 체포된 것을 신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심복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이날 오전 소환돼 17시간 동안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가 신구 정권의 구분 없이 전방위로 확대될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일단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다음 달 임시국회 전까지 마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날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광재 의원에 이어 내주부터는 리스트에 올라있는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에는 불체포 특권이 없는 전직 의원들을 비롯해 관계 인사들이 줄소환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될 인사들의 수 만해도 줄잡아 50~60명은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물론 현 정부의 실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 경남의 정관계 인물들 상당수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특성상 그 불꽃이 어디로 번질지 또 화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례로 검찰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난해 9월 청탁과 함께 박연차 회장의 돈 1~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는 검찰의 칼끝이 전 정권의 핵심인사들을 향할 것이라는 검찰 주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추 전 비서관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점에 비춰 볼 때, 박 회장이 자신을 조여 왔던 검찰 수사망과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구명로비를 현 정권 실세들을 통해 시도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본류는 여전히 노무현 전 정권의 실세들과 당시 권력 핵심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내용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 되면서, 검찰이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정권 인사들에게 준 돈의 내역과 시기 등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사실은 박연차 회장 진술을 (조사 받는)저쪽에서 탄핵할까봐 걱정했는데, 진술이 일관성이 있고 상당히 명확하게 기억을 하면서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 조사받는 사람을 제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구속된 사람은 모두 박연차 회장과 대질했다"며 "대질 과정에서 다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박 회장의 입이 열리고 있고 상대방과 대질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입증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또 검찰이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정권과의 예민한 관계에 대해 일정 부분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언급한 "차라리 겨울은 따뜻했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검찰은 홍콩 현지법인에서 조성한 박 회장의 자금 수백억원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이 사업관계로 조성된 자금을 대부분 국외에서 사용했다는 점에 기초해 홍콩 등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인 에이피시(APC) 계좌 흐름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박 회장의 해외 비자금 용처 수사를 통해 돈이 유입된 입구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검찰은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APC 계좌를 통해 박 회장한테서 500만달러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공조가 더디게 진행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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