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조 MMF 정부·운용사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3.23 07:43

정부, 추경국채 흡수노려…운용사"국채편입 쉽지않다"

 수탁액 126조원에 달하는 금융시장의 공룡 머니마켓펀드(MMF)를 놓고 정부와 자산운용사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MMF를 추가경정용 국채 발행 물량을 흡수할 `지원'군으로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 투자대상을 만기 1년 이내에서 1~5년 이내로 확대하는 개선방안을 미리 마련해놓았다.

그런데 정작 MM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채권의 잔존만기(듀레이션)를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예방하겠다는 의도다. 양측 입장이 그대로 평행선을 달린다면 추경 국채 폭탄과 금리 앙등 사태를 비켜가기 어렵다.

◆정부, 추경 FRN MMF서 흡수 기대

당국의 고민은 29조원(여당안)에 달하는 어마한 규모의 추경용 재원이다. 추경을 제외한 올해 국채발행 예정액만 74조3000억원이다. 추경까지 가세하면 국채발행 물량은 채권시장에 폭탄에 가깝다. 공급이 많으니 국고채 가격의 폭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전체 채권금리를 상승(가격하락)시키고,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추경이 되레 경기의 발목을 잡는 '구축효과'가 우려되는 게 이런 이유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가용 가능한 자금을 끌어 모아 최대한 국고채 발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MMF를 활용한 변동금리부채권(FRN)발행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FRN은 만기가 5년이라도 보통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운용상 만기는 3개월짜리 채권으로 잡힌다. 예컨대 현 시점에서 5년짜리 FRN을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2.43%(20일 종가)에 1.00%포인트 더한 금리로 정했다면, 3개월 후인 6월23일엔 3.43% 이자를 준다. 다시 당일 시중 CD금리를 반영, 1.00%포인트 금리를 더해 3개월후에 이자를 준다.

MMF에서 5년짜리 FRN을 편입했다면 3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식이어서 듀레이션이 3개월로 잡힌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MMF에서 추경용 만기 5년짜리 국채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어? 법인MMF 줄이고 있는데?


그런데, 운용사의 시각은 정부와 다르다. 우선 15개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법인 MMF의 수탁액을 5월말까지 현재보다 15% 줄이고 MMF의 잔존만기도 70일이내로 줄여나가겠다고 자율 결의했다. MMF의 성격에 맞게 단기물 채권 위주로 운용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FRN 발행을 염두에 둔 정부의 방향과 엇나간다.

한 운용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MMF는 불과 3개월새 37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들어왔고 빠져 나갈 때도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다"며 "법인 MMF를 줄이려는 이유도 수익률이 떨어져 환매가 몰리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데, 정부가 국고채와 성격이 다른 단기성 자금에 기대를 거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 펀드매니저는 "운용사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기업의 자금 수요로 인해 MMF의 대량 환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자산의 30%정도를 현금이나 콜로 운용하고 있을 정도로 유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을 확보해 주지 않는 한 FRN 편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자산운용업계에선 MMF가 실제로 FRN을 편입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FRN은 MMF에 부적합한 상품"

다른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FRN은 듀레이션이 3개월로 인식되긴 해도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는 3개월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앞서 예시한대로 금리 3.43% FRN을 편입했을 경우 새로 발행된 다른 FRN의 금리가 CD금리 상승등의 이유로 3.43%보다 높아지면 이전 FRN에 투자한 MMF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MMF는 장부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시가평가에 따른 평가손익이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부가와 시가의 가격차이가 0.5%이상 벌여졌을 경우 시가평가토록 돼 있어 FRN의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RN은 유동성이 떨어져 환매가 수시로 일어나는 MMF가 투자하기엔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다른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FRN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채권이므로 채권의 가격 계산 방법이 워낙 다양해 밸류에이션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유통시장에서 매매하기 힘들어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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