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불만" 은행들, 배드뱅크 따로 세운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9.03.20 17:55

(종합)4월초 설립 합의… 현물출자·자본확충펀드로 마련

주요 시중은행들이 참여하는 민간 '배드뱅크(Bad bank)'가 빠르면 4월초 출범한다. 경기 침체로 은행 부실대출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나 정부의 '정리'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정부가 출자해 만든 국내 유일의 배드뱅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독점 체제가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20일 "오는 4월 초 시중은행들이 일정 금액을 출자해 은행권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인 배드뱅크를 만들 것"이라며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모두 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별도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이를 테면 A은행이 부동산 등 담보를 잡고 B에게 대출해줬다 B가 부도를 낸 경우 배드뱅크가 담보물을 넘겨받아 처분, 채무를 회수하게 된다. 이러면 A은행은 우량한 채권·자산만 보유하게 돼 자산건전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부실채권은 모두 캠코가 처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캠코가 이 기능을 독점하면서 부실자산을 너무 헐값에 넘기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더구나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한 기업·가계대출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 잔액은 작년 12월 말 1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7조7000억원의 두 배로 뛰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을 통해 부실채권을 조기에 유동화하고, 무수익여신(NPL)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부실채권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캠코만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헐값 매각 논란 소지도 있어 민간 중심의 배드뱅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은행들은 별도의 재원없이 보유 채권을 현물출자하거나 20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배드뱅크를 만들면 부실채권도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배드뱅크 출범과 시기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를 어떻게 운영할 지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4. 4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5. 5 '학폭 피해' 곽튜브, 이나은 옹호 발언 논란…"깊이 생각 못해" 결국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