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투기해제 임박…빚내서 살까?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9.03.26 04:05

[머니위크]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대한 투기지역 조기 해제가 단행될 전망이다. 강남 3구가 가진 정치적인 상징성 때문에 이견도 적지 않지만, 정부는 이미 이들 지역의 투기 해제 방침을 확정지은 눈치다.

나름 정치적 문제와 연관 짓지 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때문에 당초 4월 재보선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해제 시기도 다소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내부적으론 이달 말 부동산가격안정심위원회를 통해 해제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기지역 해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자연스럽게 동반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투기 해제가 확정될 경우 전국은 투기 관련 규제가 없는 '청정지역'이 된다.

그만큼 경기가 회복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동산이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마저 폐지될 경우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모두 사라진다. 부동산시장에 바야흐로 규제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투기 해제되면…담보대출비율 완화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6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에서 60%로 완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그만큼 금융권으로부터 대출 자체가 완화돼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또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양권 전매제한도 완화돼 강남 3구의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여기에 인터넷 의무 청약과 재당첨 금지, 무주택 우선 공급, 지역조합 조합원 선착순 모집금지 등의 규제도 모두 풀린다.

반대로 부작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출제한은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이 같은 대출제한이 없어질 경우 부동산시장은 안전장치 없는 무장 해제 상태가 된다. 호가를 급등시키고 투기를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집값 영향?…당장은 '별무신통'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부동산시장 주변에서 그토록 원했던 투기 해제를 눈앞에 뒀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그리 탐탁치 않은 분위기다. 무엇보다 탄력 가능성이 떨어져서다. 그나마 지난 2월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분이 늘어난 원인은 실제 거래 시점을 감안할 때 이미 이 같은 호재가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강남권 아파트값의 반등폭이 컸다. 이전까지의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있지만, 그만큼 투기 해제라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일각에선 유동성 장세에 따른 기대감과 함께 심지어 "바닥을 찍은 만큼 빚을 내서라도 당장 집을 사라"는 의견도 서슴없이 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이클로 보면 부동산 역시 경기 흐름을 탄다는 점에서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물과 그에 따른 펀더멘탈이 아직 양호하지 못하다. 3개월 주기 위기설을 이끌고 있는 외환위기, 은행위기 등과 같은 위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그에 대한 근거다.

여기에 그동안 소규모 내지 중견기업이 중심이었던 부실 문제가 점차 집단화되는 등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는 해외발 충격이 전달될 때마다 출렁이는 환율과 주가를 보더라도 위기가 여전함을 알려준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나홀로 식'의 회복세를 보인다거나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아직 요원한 얘기다. 이에 대한 또 다른 근거로 지난 2004년에 전개됐던 하락세를 들 수 있다. 당시에는 마치 투기과열지구 확대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허가제 등을 중심으로 한 10.29대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들 조치에 따른 영향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당시 카드 사태 때문이다. 즉 카드 사태로 인해 가계부도가 발생하는 등 전체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탓도 결코 적지 않다. 결국 실물이 문제인 것이다.

◆박스권 장세 그칠 듯…'착시현상' 주의해야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당분간(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에 폭락이나 폭등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대신 현재와 같은 게릴라식 장세나, 특히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박스권 장세라도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종전보다는 좀 더 좁혀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IMF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즉 부동산으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여건이 쉽게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요자들은 '착시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시장의 본질적 문제보다 정책 등의 변수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나, 금융권의 영업 방식을 감안할 때 결코 방만한 관리를 바라는 것은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 투기 해제가 단행되더라도 은행이 대출을 크게 늘려줄 것이란 지나친 기대감은 갖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만큼 금융권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경매가 대안이란 말이 퍼지면서 최근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몰려들며 낙찰가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오히려 상투를 잡은 게 아니냐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고가 낙찰도 있었다. 경매가 하락기에선 선행지수로 볼 수 있지만, 접근 시에는 낙찰가를 반드시 급매물과 비교해 보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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