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 추경 국채폭탄 "韓銀밖에 답 없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3.19 16:34

4월이후 최소 74조원..시장은 "한은 발권력 밖에.."

30조원에 육박하는 추가경정 예산을 둘러싼 채권시장의 눈초리가 매섭다. 추경의 재원을 대부분 국고채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엄청난 물량 부담 때문에 채권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 한국은행이 국채 일부를 사달라는 압박이다.

더구나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3000억달러의 장기 국고채를 매입하겠다고 결정하자 한은도 채권금리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 이후 적어도 74조원..물량폭탄 예고
실제 채권시장에 쏟아질 국채발행액을 추정하려면 다소 복잡한 셈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추경 규모는 29조원이며 야당인 민주당은 22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추경전 잡은 올해 국채 발행예정액은 74조3000억원인데 3월까지 18조9000억원이 발행돼 55조4000억원이 남아있다. 추경규모가 정부안대로 결정되고 그것을 모두 국고채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4월이후 연말까지 발행해야할 국고채는 84조4000억원에 이른다.

남은 세금과 공공기금 여유분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물량폭탄은 비켜가기 어렵다. 정부가 쓸수 있는 재원여유는 전년도 국가예산에서 쓰고 남은 2조원, 한국은행의 잉여금 1조5000억원, 우체국예금 등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여유자금 5~7조원을 합쳐 최대 10조5000억원이다.

이를 100%활용해도 4월 이후 찍어야할 국채는 74조원으로 매달 8조2000억원 가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월평균 국채 발행 물량 4조6500억원의 1.8배수준이다.

기존에 발행된 국채의 만기도래분을 연장하기 위한 차환용 발행 물량을 빼더라도 부담은 여전하다. 올해 국채발행 순수증가규모는 29조원이다. 이중 3월까지 발행된 순증액 15조원을 빼고 추경용 실제 국채발행 추정액인 18조5000억원을 더하면 4월이후 남은 국채발행 순증액은 32조5000억원이다. 역시 지난 2007년 순증액 15조5000억원의 2배를 넘고, 2008년 순증액 8조6000억원의 4배에 육박한다.

◆"한은밖에 답이 없다"

채권시장은 이같은 물량폭탄을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더욱이 발행에 국고채만 있는게 아니라 기업의 회사채나 은행채 등 민간부문의 자금조달을 위한 채권까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 감당이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간 채권펀드시장이 위축되면서 채권수요는 이곳 저곳 소규모로 분산돼 이같은 대형 매물을 감당할 수요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공포요인이다. MMF가 125조원 수탁액을 자랑하고 있으나 변덕이 심한 단기자금이어서 안정적인 수요처가 못된다. 최근 크게 수탁액이 늘었으나 조만간 둔화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채권시장에서는 대규모로 나오는 국채를 받아줄 곳은 한국은행밖에 없다는 데 입을 모은다.

NHCA운용의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추경용 국채가 발행될때 한은이 국채 매입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당한 물량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정부에서 MMF에서 단기물 국고채를 편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MMF의 운용성격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증권사 채권파트 한 관계자도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남아있는 올 채권매수 여력도 4조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거대한 국채발행을 흡수할 수 있는 곳은 한은밖에 없다"며 "결국 한은이 매입에 나서는 건 정해진 수순이지만 추경이 발행된 후 시장의 반응을 본 뒤 매입에 나설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안정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해야하는데 FRB의 국고채 매입 결정이 한은에게 자극제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 의견도 같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와 금융자산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기관들의 채권 매수여력도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며 "한은이 일부를 매수하지 않으면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일단 국고채 매입에 대해 "최후의 수단"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고채를 바로 사든(직매입) 일단 시장에 풀린 국고채를 매수하든(단순매입) 결국 발권력을 동원하게 되는데 당장은 물가상승이 부담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4.1% 상승, 한은에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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